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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말라카냥궁(Malacanang Palace)에서 진행하는 대통령궁 투어를 가게 되면 전문 안내원이 필리핀 대통령 전시관으로 데리고 가서 상세하게 이런 저런 역사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데 호세 라우렐 대통령과 세르히오 오스메냐 대통령에 이르면 별다른 안내 없이 바로 로하스 대통령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세 라우렐 대통령이야 일본 괴뢰국의 꼭두각시 대통령이었으니 이해가 되지만, 세르히오 오스메냐 대통령은 그가 혼외자였고 그의 어머니가 십대 싱글맘이었다는 등의 개인사만 화제가 된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세르히오 오스메냐 대통령은 워낙 어려운 시국에 갑자기 대통령 자리에 올라 크게 언급할 업적이 없기도 하다.

세르히오 오스메냐

· 본명: Sergio Osmeña Sr

· 1878년 9월 9일 출생~ 1961년 10월 19일 사망(83세)

· 필리핀 제4대 대통령

· 대통령 재임 기간: 1944년 8월 1일 ~ 1946년 5월 28일(1년 300일)

- 필리핀의 제1대 부통령

- 마누엘 루이스 케손 대통령이 폐결핵으로 사망하면서 제4대 대통령으로 취임

- 50페소 지폐의 인물

어린 시절

필리핀 세부 출신인 세르히오 오스메냐는 세부에서 광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돈 안토니오 산손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혼외자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인 후아나 오스메냐의 성을 따라 세르히오 오스메냐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세르히오 오스메냐는 마닐라로 유학을 온 뒤 마누엘 케손을 만났고, 산토 토마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다. 마누엘 케손처럼 세르히오 오스메냐도 에밀리오 아기날도의 혁명에 참여했는데, 1900년에는 세부에서 지역 신문을 창간하기도 했다.

필리핀 제4대 대통령

1904년, 세르히오 오스메냐는 필리핀 세부의 주지사에 취임한다. 그리고 필리핀 하원, 하원의 초대 의장, 상원, 상원 임시의장의 자리를 두루 역임했는데 그 기간 필리핀 국기 게양을 금지한 법을 폐지하고, 독립운동가였던 모든 필리핀인에게 처벌을 가하는 법률을 폐지하고자 힘썼다고 한다. 1916년 존스법(필리핀 자치법)이 통과되었을 때 하원의장의 자리를 맡기도 했다. 대학 때부터 친구였던 마누엘 케손과는 쭉 함께 정치생활을 했는데, 타이딩스-맥더피법(필리핀 독립법)에 의해 필리핀 자치령 코먼웰스(Commonwealth)가 출범하며 1935년 11월 15일 마누엘 케손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을 때 그는 필리핀 제1대 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1944년 8월 1일, 미국 망명 중이던 마누엘 케손이 사망한 뒤 대통령이 된 세르히오 오스메냐는 1944년 10월 20일에 맥아더 장군이 레이테섬에 상륙할 때 함께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마닐라 전투(Battle of Manila)가 끝난 뒤 1945년 2월 27일 말라카냥궁에서 취임식을 갖은 세르히오 오스메냐는 이후 코먼웰스(Commonwealth) 자치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전쟁 후 복구와 재건을 위해 일했다. 그리고 1946년 대선에 나갔지만, 아슬아슬한 격전 끝에 마누엘 로하스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기게 된다. 세르히오 오스메냐 대통령은 1961년 83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는 마닐라 북부 묘지(Manila North Cemetery)에 안장되었다.

50페소 지폐의 인물

50페소 지폐를 보면 세르지오 오스메나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있다. 50페소 지폐에는 맥아더 장군이 참모들과 함께 파도를 헤치며 해안가로 걸어서 레이테섬 해안에 상륙하는 레이테 전투 시기의 모습도 함께 도안되어 있는데, 맥아더 장군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바로 세르지오 오스메나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