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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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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20년 8월 8일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

필리핀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SONA)과 같은 중요 행사를 보면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이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천으로 만든 연한 베이지 컬러의 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석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독특한 의상은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라는 이름의 필리핀 전통의상이다.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는 남성용 자수 긴소매 정장 셔츠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축제 등 중요한 자리에서 입는 필리핀 민족의상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격식을 갖추기 위해 착용하는 예장용 셔츠 정장이라고 보면 된다. 바롱은 대부분 남성이 입지만 여성이 입을 때도 있다. 남성용과 구별하기 위해 여성용은 바롯 사야(Baro't Saya)라고 부르는데, 상의(Baro)와 치마(Saya)의 준말이다. 치마가 길고 어깨선이 봉긋하게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롱 타갈로그나 바롯 사야라는 말 대신 보통은 줄여서 바롱(Barong)이라고 부른다.


바롱 타갈로그

Barong Tagalog


필리핀어(타갈로그어)에서 바롱(barong)은 옷(clothing)이나 차림새(outfit)를 의미한다. 그러니 바롱 타갈로그어(barong tagalog)란 말은 "타갈로그 지방의 옷(Baro ng Tagalog)"이란 말 정도로 번역된다. 타갈로그 지방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 지명으로 마닐라 아래쪽으로 바탕가스, 라구나, 케손 등의 지역이 이곳에 해당한다. 하지만 바롱이 타갈로그 지역 사람들만이 입는 복장 형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바롱은 필리핀 전역에서 입던 옷이었다.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라는 이름은 스페인인과 원주민을 구별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파악된다.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 타갈로그

바롱 타갈로그의 역사

18세기에 필리핀에서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무릎 가까이 올 정도로 긴 바롱 마하바(Barong mahaba) 셔츠를 입어야 했다. 헐렁한 통바지에 섬세하게 자수가 놓인 높은 컬러의 셔츠를 입고, 새시(sash) 띠를 두르는 것이다. 차양이 좁고 운두가 높은 모자를 쓰고, 자수가 놓인 가죽 구두까지 신으면 완벽한 멋쟁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가 되어가면서 바롱의 칼라(Collar)는 작아졌고, 모자 크기도 작아졌다. 당시 사람들은 큰 줄무늬가 있는 폭이 좁은 바지를 멋지다고 생각했고, 유럽의 넥타이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실크 손수건 장식이 유행했다. 서구화된 복장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바지 색상도 흰색이나 흰색과 검은색의 줄무늬로 다채로워졌다. 상류층에서는 흰색 실크 바지가 유행했다. 필리핀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인 에밀리오 아기날도(Emilio Aguinaldo)가 1900년대 초반에 찍은 사진을 보면 흰색 바롱에 흰색 바지, 흰색 구두를 착용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유행을 완벽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르투갈 출신의 항해가인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스페인 카를로스 1세 국왕의 지원으로 항해를 떠나 1521년에 사마르의 호몬혼 섬(Homonhon Island)에 상륙했던 시기만 해도 바롱(Barong)은 볼 수 없는 옷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루손섬의 원주민들도 바로(baro)라는 이름의 옷을 입었다고 하지만, 16세기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을 보면 원주민들 대부분이 옷을 걸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막탄섬을 지배했었던 라푸라푸만 봐도 상의를 벗고, 하의만 간신히 가린 차림새를 하고 있다.


바롱의 역사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은 스페인 사람들은 17세기에 필리핀에 좀 특별한 파인애플 품종의 재배를 시작했다. 바로 레드 스패니시 파인애플(red Spanish pineapple)이라는 품종이었다. 무게가 1~2kg 정도되는 이 파인애플은 붉은빛을 가지고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꽃처럼 보이는데 다른 파인애플 품종보다 잎이 매우 길쭉한 것이 특징이다. 그 길쭉한 잎에서 추출한 섬유로 피냐 직물(piña fibers)의 생산이 시작되었다.


원주민들은 천연 식물 섬유를 사용한 직물 직조에 익숙한 편이었지만, 파인애플에서 섬유를 추출하여 천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직물로 완성되기까지 길고 지루한 노동집약적 공정을 거쳐야 했는데, 손이 매우 많이 갈뿐더러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직공의 평균 생산량은 하루에 약 0.5 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파인애플 잎에서 천을 만들어 내기까기 넉 달 정도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제직 기술을 가진 여성도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류 지배 계층에게 피냐(PIÑA) 섬유의 높은 품질이 인정받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냐는 아바카 직물을 대신할 고급 직물로 유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희소성을 인정받아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었다.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서 직물을 대량생산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오히려 제값을 받게 해준 셈이다.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레드 스패니시 파인애플이 필리핀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면서 필리핀 섬유산업(textile industry)은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고, 유럽의 귀족들에게 수출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한가롭게 파인애플을 키워 손으로 직접 천을 짜 옷을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 피냐는 수제 직물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중 파인애플 섬유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다가 현대식 기계 직조 직물이 나오면서 저가형 바롱의 제작이 가능해졌다. 대량으로 빠르게 판매할 수 있는 저렴한 합성섬유를 비롯하여 다양한 옷감이 등장하면서 바롱의 디자인은 물론 색상까지 좀 더 다양해졌다. 필리핀 패션계에서는 바롱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현대적인 감각의 옷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피냐 직물은 중상류층을 위한 고급 의류 제조를 위해 일부 지역에서만 소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정교한 수가 잔뜩 놓인 전통적인 형태의 바롱은 여전히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아무리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도 진짜의 가치는 알아챌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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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이런 디자인의 바롱이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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