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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치: 7월 네 번째 월요일은 필리핀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SONA)이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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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24년 7월 21일

퀘존 메모리얼 서클(Quezon Memorial Circle)
퀘존 메모리얼 서클(Quezon Memorial Circle)

매년 7월 네 번째 월요일이 되면 필리핀 신문의 1면을 차지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State of the Nation Address)에 대한 기사이다. SONA라고 부르는 이 행사는 대통령이 펼친 정치적 성과와 계획을 요약하여 나타내준다.


SONA는 케손시티(Quezon City)에 있는 '바타산 팜반사 컴플렉스(Batasang Pambansa Complex)'라고 부르는 국회의사당(Interim National Assembly)에서 오후 4시 정도에 시작된다. 행사의 참석자는 현직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비롯하여 그들의 동반자이다. 전직 관료와 원로들, 전 대통령도 참석한다. 필리핀에서는 이 행사를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기에 행사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장을 하고 국회로 모여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참석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는 모습부터 카메라에 담긴다. 회의 참석자들의 잘 차려입고 국회로 모여서 마치 패션쇼 장소라도 되는 듯 누가 무엇을 입었는지부터 화제가 된다. 필리핀 전통의상인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는 소재나 디자인에 따라 그 가격이 몇만 원에서부터 몇백만 원까지 다양한데, 필리핀 부유층이 입는 최고급 명품 바롱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면 이날 행사 사진을 보면 된다.


물론 필리핀 사람 모두가 이 행사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국회 밖에서는 대통령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열리기도 한다. 교통 체증도 심해서 국정연설(SONA)을 하는 날은 퀘손 시티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을 정도이다. 국정연설이 있는 날이면 퀘손 시에서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보안 조치를 이유로 수천 명의 경찰관을 배치하지만 시위대를 완전히 막기란 쉽지 않다. 몇 년 전에는 시위대가 거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모형을 만들어 불에 태우는 등의 퍼포먼스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대통령은 자신의 모습을 한 인형이 불에 타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한다.


대통령은 보통 회의가 시작되기 몇 분 전에야 회의장에 도착한다. 필리핀 국가가 연주될 때 대통령이 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화려한 의상을 걸친 참석자들은 에어컨이 시원하게 잘 나오는 건물 안에 앉아 더위에 지친 성난 군중을 뒤로하고 온 대통령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연설이지만, 중간중간 박수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국정연설은 텔레비전은 물론 라디오 등 온갖 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고, 다음날 신문을 가득 채운다.



필리핀 대통령의 연례 국정연설(SONA)란?

1987년 헌법(1987 Constitution)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은 매년 7월 네 번째 월요일에 연례 국정연설(SONA-State of the Nation Address)을 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 타갈로그어로 딸룸파띠 싸 칼라가얀 남 반사(Talumpatì sa Kalagayan ng Bansâ)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보통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간단히 소나(SONA)라고 부른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 행사가 중요한 까닭은 국정 전반에 관한 대통령의 시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필리핀의 정치와 경제 및 사회적인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하는 기회가 된다. 대통령이 한 해 동안 있었던 국정운영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므로 필리핀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보고 싶다면 매년 정기 의회 개회일에 이루어지는 국정연설(SONA)를 보면 된다. 


1937년 10월 18일, 마누엘 L. 케손(Manuel L. Quezon) 대통령이 국정연설(SONA)을 하는 모습(Photo from The Herald on October 19, 1937 from the Histogravure of Manuel L. Quezon)

대통령 국정연설(SONA)의 역사 

필리핀에서 대통령 연례 국정연설(SONA)의 역사는 무려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연설(SONA)의 시작을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카피푸난에서의 1897년 3월 22일 연설로부터 찾는 이도 있지만, 당시는 아직 필리핀이 독립하기 전이라서 공식적인 최초의 국정연설(1st National Assembly)은 마누엘 L. 케손 (Manuel L. Quezon) 대통령의 1935년 11월 25일 연설로부터 헤아리게 된다. 1935년 이후 필리핀 대통령의 국정연설(SONA)은 전통적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필리핀 국정연설(SONA)은 현재 국가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분석 요약하여 보고하는 한편 앞으로의 정책 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필요로 하는 입법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보통 영어로 진행되지만, 베니그노 아키노 3세 (Benigno Aquino III) 전 대통령만은 타갈로그어로 연설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번의 연설에서 모두 필리핀어를 사용했고, 덕분에 말라카냥에서는 연설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배포해야만 했다고 한다. 보통 1~2시간 정도 진행되지만 시간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어느 대통령이 가장 오래 연설했는지도 화제가 된다. 연설문 원문을 배포함은 물론 몇 개의 단어가 사용되었는지까지 세세히 기록되는데, 역대 가장 긴 국정연설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1969년에 한 연설이라고 한다.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은 무려 29,335개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연설이 얼마나 길었는지 보려면 가장 짧은 연설이었다는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의 2005년 연설과 비교해 보면 된다. 아로요 대통령이 고작 1,551개의 단어를 사용한 것을 생각하면 마르코스 대통령이 얼마나 오래 이야기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46년 6월 3일, 마누엘 로하스(Manuel Roxas) 대통령이 국정연설(SONA)을 하는 모습 (Photo courtesy of Manuel Roxas Foundation)
말라카냥 저널(Malacañang Journal)에 실린 1987년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의 모습 (Photo courtesy of the Presidential Museum and Library). 말라카냥 저널은 현재 폐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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