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역사: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묘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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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내용은 필인러브 운영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사가 아닌 야사를 바탕으로 한 부분도 있습니다.
⚐ 콘텐츠 등록일:
2024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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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으면 하와이 호놀룰루가 참 살기 좋은 곳으로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게 호놀룰루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게 주었다면, 호놀룰루란 단어가 '보호받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다. 1965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1986년 피플 파워 혁명(EDSA 혁명)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미국 하와이로 망명했다. 하지만 하와이 호놀룰루가 마르코스를 보호해 준 기간은 길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을 누리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89년 9월 28일 향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묘지
Grave of Ferdinand Marcos at Heroes Cemetery
21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로 유명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1989년 하와이에서 사망한 뒤 아내인 이멜다 마르코스와 그의 유족들은 마르코스의 시신을 하와이에서 필리핀으로 가져와 국립 영웅묘지(마닐라 국립묘지)에 안장하려고 했다. 마르코스 유족 측의 주장은 21년 동안 대통령직을 맡아 국가를 위해 일한 공헌을 고려할 때 국립 영웅묘지로의 이장은 당연하다는 것이었지만, 마르코스 독재 정권 시절 인권탄압을 겪은 피해자들에게는 마르코스가 나라를 위하여 공헌한 국가유공자처럼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마르코스의 시신이 필리핀으로 반입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금지 조치는 1991년 10월 9일 마르코스의 장례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마르코스의 시신이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Ilocos Norte)로 바로 운반된다는 조건으로 해제된다.

하와이에서 일로코스로
이후 1993년 9월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시신이 콘티넨탈항공의 전세기를 통해 하와이에서 필리핀 일로코스 노르테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멜다 마르코스는 마르코스의 시신을 땅에 묻지 않았다. 일로코스의 바탁에 있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센터(Ferdinand E. Marcos Presidential Center)에 마련된 냉장 납골당(refrigerated crypt)에 보존했다. 일로코스 노르테로 시신을 옮기고 나서 한동안 방부 처리된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기도 했는데, 공개된 것은 밀랍 인형에 불과하며 실제 시신은 다른 곳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2016년의 일이다. 2016년 6월 30일, 마르코스의 시신을 마닐라에 있는 영웅 묘지에 안장할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면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을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하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르코스의 계엄령을 선포 시기 자행된 고문 피해자들에게 마르코스는 영웅이 아닌 독재자에 불과했으니, 사람들은 '마르코스는 영웅이 아니다(Marcos is no hero)'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마르코스가 영웅묘지에 묻히는 것을 반대했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영웅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필리핀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영웅묘지에 묻힌다고 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은 영웅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있다"라며 마르코스의 안장을 지지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전직 대통령이고, 전직 대통령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라 이를 반대하는 것은 법을 어긴다는 설명이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국립 영웅묘지 안장 대상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필리핀 대법원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을 영웅묘지에 안장하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을 기각했다. 이날 표결에서 총 15명 중 5명 만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영웅묘지 안장을 반대한 것이다. 이해관계에 있는 한 명은 기권했지만, 9명은 마르코스의 국립 영웅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것에 손을 들어 주었다. 관련 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은 영웅묘지의 안정 대상될 수 있고, 이를 허용할지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권에 속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사람들은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시절에 마르코스의 국립묘지 매장을 법으로 금지해야 했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일로코스에서 국립 영웅묘지로
필리핀 대법원이 9대 5로 매장금지 청원을 기각한 지 열흘 뒤인 2016년 11월 18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시신은 헬리콥터를 통해 일로코스 노르테에서 마닐라로 운구된 뒤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되었다. 예고 없이 슬그머니 기습적으로 진행된 비공개 장례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영원히 비밀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르코스가 군사 예우를 받으며 영웅묘지에 묻혔다는 소식은 재빨리 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떻게든 마르코스의 영웅묘지 안장을 막으려던 이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역시 “마르코스 유족이 밤도둑처럼 장례식 정보를 숨겼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일에 대해 필리핀 대통령궁(말라카냥궁)의 대변인은 마르코스의 장례식 날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을 떠나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했었던 터라 이 장례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보력은 대단히 한심한 수준의 정보력이 아닐 수 없다.


⚑ 위의 콘텐츠는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rappler: TIMELINE: The Marcos burial controver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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