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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기업들은 왜 6개월 수습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꺼릴까?

⚐ 최종 업데이트:

2020년 1월 10일

5월이면 필리핀에서 가장 덥다는 시기이다. 하지만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5월 1일 노동절만 되면 필리핀 곳곳에서 계약직 관행 철폐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수천 명이 길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지만, 오래된 관행을 없애기는 힘든 모양인지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재작년 필리핀 노동고용부(DOLE)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이 어디인지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는데, 국민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라는 졸리비(Jollibee Food Corporation)에서 이 불명예스러운 자리의 1위를 차지했다. 졸리비(1만 4960명) 다음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곳은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유명한 기업 돌 필리핀(Dole Philippines, Inc.)이었는데 역시 만 명(1만 521명)이 넘었다. 3위는 통신회사인 PLDT(8,310명)로 조사되었다.


필리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 필리핀의 취업인구는 4,132만 5,026명이었다. 이 숫자는 1년 뒤 4,314만 6,343명(2019년 10월 추정치)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중에서 13%는 불완전 고용된 상태로 조사된다. 바꿔 말하면 저임금에 시달리는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이다. 소규모 사업장이 아니라도 형편은 마찬가지이다. 필리핀 통계청의 2016년 6월 자료에 따르면 2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438만 명 중 119만 명은 비정규직(Non-regular Workers)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근로자 4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필리핀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유지할까?



수습 직원의 정규직 전환 기준

필리핀 노동법(Labor Code)에 의하면, 직원 채용 지위는 정규직(Regular Employee), 수습직(Probationary Employee), 임시직(단기고용직. Casual Employee)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직원이 1년 이상 근무했고, 해당 업무가 계속 존재하여 일상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정규직원으로 간주한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하여 잠깐만 직원이 필요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싶지 않다면,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특정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것임을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고용주가 직원 자격 검증을 위한 기간(trial period)을 갖기 원하는 경우 수습(견습) 직원으로 채용이 가능하지만, 수습 기간 관련하여 별도로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상 수습 기간은 근무 개시일로부터 6개월을 넘길 수 없다. 그리고 수습 직원은 합당한 사유에 의해 또는 정규직 직원이 갖춰야 할 자격에 미달한 경우에만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수습 기간 종료 후 근무 시 자동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간주한다. 만 6개월로 계약을 해지한 이후 1년 이내에 다시 고용되는 경우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수습 직원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채용 시점에 정규직 전환기준을 설정하고 해당자에게 고지할 것이 요구된다.


수습직으로 직원을 고용했다고 해도 6개월 이상 고용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어야 하는 까닭에 필리핀 기업들은 비정규직 직원을 6개월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많이 필요한 소매유통업(쇼핑몰)이나 요식업, 제조업 등에서는 인력 공급업체와 계약하여 5개월씩만 고용하기도 한다. 수습 기간 내인 5개월 차에 근로자를 해고 후 다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이런 관행을 필리핀에서는 엔도(endo)라고 칭하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런 계약직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엔도 타파(Anti-endo)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2017년 두테르테 대통령은 행정명령(노동고용부 부처령 DO No.174)을 발표했는데, 이 행정명령은 무려 13페이지에 걸쳐 작성되었지만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아서 노동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 행정명령이 발효된 이후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업은 불법 단기 근로계약으로 선호한다.


* 엔도(endo) : 계약 만료(end of contract)를 의미. 발음은 '엔두' 보다는 '엔도'에 가깝게 발음된다.


필리핀 졸리비
패스트푸드 업체만 봐도 직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왜 필리핀의 기업들은 정규직 직원 고용을 꺼릴까?

비정규직 취업은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의 소득 불안정을 불러온다. 짧은 근무 기간은 근로자를 업무 숙달 과정에 이르지 못하게 하고, 이는 다시 취업의 어려움이 된다. 기술 숙련이나 경력 축적이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필리핀 노동법상 정규직 노동자와 임시직 노동자가 받는 복리후생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실제적으로는 처우의 차이가 있겠지만, 법적인 규정을 어떠한 편법도 없이 지켰다고 보았을 때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는 비슷하게 적용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특수직을 제외하고 모든 근로자는 안전한 근로 환경, 초과근무 수당, 유급 공휴일, 연말 보너스, 퇴직금 수령 등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유급휴가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만 제공되지만, 연말 보너스(13th month pay)는 고용상태에 관계없이 본봉의 1/12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게 된다. 필리핀 3대 보험인 SSS(Social Security System), PhilHealth(의료보험), Pag-Ibig(주택관리기금)과 같은 사회보험을 제공받는 것도 비슷하다. 필리핀에서 이 3대 고용보험은 통상적인 임금 외에 직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 복리후생으로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인데, 가입 대상에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와 비슷한 SSS(Social Security System)만 봐도 가입 대상이 "월 1,000페소 이상의 급여를 받는 모든 근로자"로 되어 있다.


그러니 필리핀 기업에서 취업 알선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기를 선호하는 것을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라고만 볼 수 없다. 엔도 관행에 따라 직원을 고용하는 것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직원 해고가 어렵다는 이유가 숨겨져 있다. 직원 해고가 어려워서 비정규직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그저 핑계처럼 들리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직원에게 해고되었음을 통보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리핀 노동법에 따르면 적법한 해고 사유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근무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는 직원을 해고하기가 어렵다. 상습적인 근무 태만이라 직원 과실이 뚜렷하다고 해도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보내고 싶다면 먼저 서면 경고를 한 뒤 경고된 내용에 대해 직원에게 반박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직원의 해명 과정이 끝나야 해고 결정을 서면으로 보내고 해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어찌나 지루한지,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폐업이 빠르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할 정도이다.

Social Security System
Social Security System

수습 직원도 3대 보험 가입 대상일까?

- 정답 : SSS, 필헬스, 파기빅 가입은 직원 채용 지위에 상관없이 적용된다.


Are probationary employees covered under the mandatory contributions for SSS, Pag-ibig and Phil-Health?

Both the employer and employee are required to submit their respective contributions even though the employee is on probationary status. Again, the rationale here is that the law governing those three institutions does not distinguish between the status of the employee so we cannot distinguish as well.



직원 2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

- 총고용(Total Employment): 4,384,678명

- 비정규직(Non-regular Workers): 1,190,697명


비정규직

Non-regular Workers

인원

수습직

Probationary Workers

356,456

임시직

Casual Workers

159,277

계약직

Contractual

 Project-based Workers

572,034

계절근로자

Seasonal Workers

80,660

수습생

Apprentices/ Learners

22,270

합계

total

1,190,697

- 출처 : 필리핀 통계청

Total Employment and Number of Non-Regular Workers in Establishments with 20 or More Workers - June 2016



고용 형태 관련 필리핀 노동법 주요 내용

구분

내용

정규직

(제280조)

ㅇ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경우

- 서면, 구두 고용계약서에 정규직 고용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해당 직원이 일상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

-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근무의 연속/비연속과 상관 없이 해당 업무가 존재하는 동안 정규직으로 간주

임시직

(제280조)

ㅇ 임시직 고용이 가능한 경우

- 특별한 프로젝트를 수행

- 업무의 특성상 시즌별 직종

- 계약 시작부터 종료 시점을 명시

견습직

(제61조 제281조)

ㅇ 견습직 고용조건

- 기한 연장을 사전에 합의하지 않는 한, 업무 시작일부터 6개월 초과 금지

- 어떤 경우에도 해당 최저 임금의 75% 이상 지급

- 정규직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고용자가 피고용자에게 공식 통보해 견습계약 종료 가능

- 견습기간 이후 같은 업무에 종사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

- 자료 출처 : KOTRA 마닐라



필리핀 노동고용부 부처령(DO) No.174

계약직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7년 발표한 노동고용부 부처령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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