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투보 화산 아래 산타 줄리아나 마을에 있는 내 아지트, 알빈 아저씨네 게스트 하우스 숙소에는 벽면에 칠판을 걸어놓고 손님의 예약 목록을 적어두곤 한다. 얼마 전에 갔을 때 칠판에 4월 날짜의 예약이 적혀 있기에 지난 4월 예약사항을 아직 지우지 않은 줄 알고 알빈 아저씨에게 이야기했더니, 아저씨 왈, 내년 2018년도의 예약을 적어둔 것이라나! 크리스마스 시즌도 아니고 4월인데, 그때가 무슨 여행 성수기라고 이렇게나 빨리 호텔 예약을 한다는 말인가 싶어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야 말았다. 나로서는 필리핀 사람들의 이런 준비성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준비성을 가지고 여행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1월만 되어도 12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민족답게 1년 전부터 공들여 여행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까지 길게 준비 기간을 두지 않아도 갑자기 그냥 훌쩍 떠나볼까 하는 식의 여행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긴, 워낙 대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많으니 호텔부터 식당까지 꼼꼼하게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어디 떠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필리핀 사람들이 미리미리 여행 준비를 하는 편이라서인지 해마다 필리핀에서는 꽤 많은 여행박람회가 열린다. 하지만 규모가 큰 여행박람회는 두세 개 정도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가 이번 주에 있을 예정이다.

매년 7월에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 옆에 있는 SMX컨벤션센터(SMX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리는 트래블 매드니스 엑스포(Travel Madness Expo)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필리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행박람회인데, 올해에는 7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사흘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굳이 다른 여행박람회, 이를테면 PTAA 트래블 투어엑스포(PTAA Travel Tour Expo)니 BDO 트래블 세일(THE GREAT BDO TRAVEL SALES) 등과 비교해 보지 않아도 이 여행박람회는 행사 규모가 무척 큰 편이다. 그리고 트래블 매드니스 엑스포(Travel Madness Expo)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여행박람회이기도 하다. 항공권을 파격가에 얻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필리핀항공이나 세부퍼시픽, 에어아시아 등의 주요 항공사에서도 모두 나와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는데, 종종 온라인 특가보다도 좋은 가격의 항공권이 판매된다. 항공권뿐만 아니다. 호텔에서 나와 숙박권을 팔기도 하고, 2GO에서 나와 575페소짜리 배표를 팔기도 한다. 인첸티드 킹덤(Enchanted Kingdom)과 같은 놀이공원 입장권도 할인가에 살 수 있고, 싼 가격에 여행용 가방을 살 수도 있다. 여러 나라의 관광청에서 나와 소소한 기념품을 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여행 준비를 위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필리핀 여행박람회: 트래블 매드니스 엑스포

Travel Madness Expo 2017

올해 트래블 매드니스 엑스포에는 23개의 항공사, 48개의 여행사, 28개의 호텔, 4개의 테마파크와 8개의 크루즈 회사, 그리고 13개의 관광청에서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전시관을 다 돌아보려면 꽤 시간이 걸림을 고려하고 구경하러 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서 꼭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한가한 오전 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 날짜: 2017년 7월 7일~7월 9일 / 오전 9시 ~ 오후 7시 (7월 9일은 오후 6시까지 진행)

■ 장소: 필리핀 마닐라 파사이, SMX 컨벤션 센터(SMX Convention Center)

-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 바로 옆 ■ 입장료: 50페소

트래블 매드니스 엑스포는 관람을 위해 50페소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꽤 구경거리가 많아서 입장료가 크게 아깝지 않다. 행사장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ravelMadnes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