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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선거: 시험장 풍경이 아니에요! 필리핀의 투표용지와 금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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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21년 10월 2일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선거(6년마다 실시)와 국회의원 선거(3년마다 실시)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인데 하원의원과 지방자체단체장 등의 임기는 3년이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되면 투표용지에 대통령 후보 명단과 함께 부통령, 상원의원, 하원의원, 지자체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의 후보 명단이 모두 기재되어야만 한다. 자연히 투표용지가 길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필리핀에서 자동투표시스템(AVS)과 함께 자동검표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2010년,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에서는 매번 되풀이되는 부정 시비를 없애겠다면서 100억 페소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전자투표시스템(electronic voting system)을 도입했다.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쓰는 대신 마킹용 펜으로 후보자 이름 앞에 그려진 원을 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그러니까 필리핀의 투표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필리핀에서도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본인 확인 절차이다. 필리핀에서는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유권자 명단에 등록되어 있는지를 확인받아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유권자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고, 손톱에 잉크가 칠해져 있는지까지 확인을 거치고 나야지만 투표용지와 마킹용 펜을 받을 수 있는데, 한국처럼 기표소가 칸막이로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냥 대충 가린 뒤 책상에 앉아서 마킹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언뜻 보면 꼭 무슨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기표장 분위기를 보면 비밀선거의 원칙이 잘 지켜질까 싶지만, 기표소에 칸막이가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누구를 뽑는지 보기란 어렵다. 투표용지에 적힌 글씨가 워낙 빼곡하기 때문이다. 길쭉한 투표용지 가득 각종 선거의 후보자 이름이 적혀 있어서 자신의 것도 보기가 어지러울 정도이니, 타인의 것을 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마킹을 끝내면 유권자가 직접 투표용지를 VCM(Vote Counting Machines)이라고 부르는 개표기에 넣고 투표를 마치게 된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투표소 직원이 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칠해주는데 투표를 마쳤다는 표시이다.


선거철마다 자동개표기(PCOS)의 오작동 문제가 지적되고는 해서 전자개표시스템으로 수동개표 때보다 부정이 줄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작업으로 개표하던 것보다는 믿음직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기표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서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누구를 뽑고 싶은지 올바르게 표시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니까 필리핀 정부에서 투표 전날부터 금주령을 시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정신으로 봐도 보기가 어려운데, 술에 취해서 어떻게 마킹을 제대로 하겠는가. 


투표했어요! 필리핀에서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손톱에 파란색 잉크를 칠한다.
편의점에서 손가락을 보여주면 공짜 콜라를 주는 식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필리핀의 투표용지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는 2016년부터 투표용지의 샘플(Ballot Face Templates)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 투표용지(ballot) : 비밀로 하는 무기명 투표를 영어로 밸럿(ballot)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투표용 공(ball)을 상자 안에 집어넣은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참고로 투표함은 ballot box라고 한다. absentee ballot은 부재자투표를 가리킨다.

· 각종 선거의 후보자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 앞에 그려진 원에 마킹하면 된다. 

· 전국 단위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의원 등은 모든 지역의 투표용지에 똑같이 표시되지만, 지방선거 투표 대상은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세부 시티(CEBU CITY)에 사는 사람은 시장과 부시장, 지방의회의원까지 8번 투표하면 되지만, 세부 주(Province of Cebu)의 오슬롭(OSLOB)에 사는 사람은 주지사와 부지사, 부의원, 시장, 부시장, 지방의회의원까지 11번 투표하는 식이다. 




아래는 지난 2016년과 2019년 선거 때 필리핀의 투표용지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2장이지만 한 장으로 인쇄하여 준다. 방사모로 민다나오 이슬람 자치구(BARMM)의 투표용지를 보면 지역 주민을 위해 아랍어를 함께 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자 이름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름이 볼 수 있다.



⚑ 위의 콘텐츠는 아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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