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필리핀 최고의 초호화 럭셔리 묘지,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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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등록일:
2024년 9월 28일

혹시 필리핀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묘지이다. 파사이시티의 시립묘지와 타귁시티의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 사이에는 그 어떤 벽보다 두툼한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벽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단단해서 사라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필리핀에서 콘도 임대료 비싼 곳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지역이 마카티(Makati City)와 타귁(Taguig City)이다. '필리핀의 청담동'이니 '마닐라의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는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Bonifacio Highstreet)가 바로 이 타귁시티에 있는데, 방 하나짜리 원베드룸 월세가 9만 페소(한국 돈으로 약 2백만 원)에 이른다. 물론 타귁 시티 지역 전체의 콘도가 모두 임대료가 비싼 것은 아니지만, 대체 얼마나 벌어야 하이스트리트에서의 생활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하이스트릿에서 차로 10~20분 정도 거리에 거대한 규모의 묘지가 세 곳이나 있다. 마닐라 미군묘지와 국립 영웅묘지(마닐라 국립묘지), 그리고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이다. 미군묘지와 국립 영웅묘지는 한국의 현충원과 같은 곳이지만,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는 상위 1%의 부자들을 위한 초호화 럭셔리 묘지이다.
마닐라 타귁의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는 지난 2001년에 문을 연 묘지이다. 76헥타르 규모의 시설로 화장터과 영안실, 납골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낙 쾌적하게 잘 가꾸어져 있어 언뜻 보면 고급 빌리지와 같이 보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초록이 가득한 한적한 공간을 차지한 것은 죽은 자들이다. 하지만 묘지라고 해도 으스스한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다. 무덤을 딱히 혐오 시설로 생각하지 않는 곳이 필리핀이라 동네 주민들은 산책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땅 주인은 버젓이 존재한다. 싱싱하게 잘 가꾸어진 잔디와 그 위에 세워진 집 모양의 무덤은 모두 주인이 있고, 그 주인들은 상당히 부자이다. 그리고 이곳을 소유한 주인들은 그냥 돈이 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진짜 부자를 이야기한다.
살아서 머물 땅도 없는 터라 죽은 뒤 땅을 차지하는 것에 큰 흥미는 없지만 순전히 호기심에 이런 호화스러운 묘지는 얼마나 할지 궁금하여 문의했다가 계산기를 꺼내 들어야만 했다. 페소보다는 원화로 이야기해야 더 잘 알아듣는 한국인이라서 재빨리 한화로 얼마나 하는지 따져 보았는데 숫자 0이 워낙 많이 붙어 있어서 계산이 쉽지 않았다. 이 묘지에서 39제곱미터의 땅을 차지하려면 써야 하는 돈은 무려 2천만 페소,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5억 원이 넘는다. 더 놀라운 것은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에는 39제곱미터 이상의 규모를 가진 가족묘가 많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갤러리처럼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조성된 곳도 많아서 대체 얼마나 돈을 쓰면 이런 가족묘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바로 근처에 있는 빈민가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좁은 집에서 불편한 쪽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지만, 부자들은 죽어서조차 살아있는 사람들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그런 것을 불평할 수는 없다.





Heritage Memorial Park
■ 주소: The Heritage Park, Bayani Road, Fort Bonifacio, Taguig City 1630
■ 위치: 필리핀 마닐라, 타귁시티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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