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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필리핀 최고의 초호화 럭셔리 묘지,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
Heritage Memorial Park
혹시 필리핀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묘지이다. 파사이시티의 시립묘지와 타귁시티의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 사이에는 그 어떤 벽보다 두툼한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벽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단단해서 사라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필리핀에서 콘도 임대료 비싼 곳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지역이 마카티(Makati City)와 타귁(Taguig City)이다. '필리핀의 청담동'이니 '마닐라의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는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리트(Bonifacio Highstreet)가 바로 이 타귁시티에 있는데, 방 하나짜리 원베드룸 월세가 9만 페소(한국 돈으로 약 2백만 원)에 이른다. 물론 타귁 시티 지역 전체의 콘도가 모두 임대료가 비싼 것은 아니지만, 대체 얼마나 벌어야 하이스트리트에서의 생활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하이스트릿에서 차로 10~20분 정도 거리에 거대한 규모의 묘지가 세 곳이나 있다. 마닐라 미군묘지와 국립 영웅묘지(마닐라 국립묘지), 그리고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이다. 미군묘지와 국립 영웅묘지는 한국의 현충원과 같은 곳이지만,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는 상위 1%의 부자들을 위한 초호화 럭셔리 묘지이다.
마닐라 타귁의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는 지난 2001년에 문을 연 묘지이다. 76헥타르 규모의 시설로 화장터과 영안실, 납골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낙 쾌적하게 잘 가꾸어져 있어 언뜻 보면 고급 빌리지와 같이 보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은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초록이 가득한 한적한 공간을 차지한 것은 죽은 자들이다. 하지만 묘지라고 해도 으스스한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다. 무덤을 딱히 혐오 시설로 생각하지 않는 곳이 필리핀이라 동네 주민들은 산책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땅 주인은 버젓이 존재한다. 싱싱하게 잘 가꾸어진 잔디와 그 위에 세워진 집 모양의 무덤은 모두 주인이 있고, 그 주인들은 상당히 부자이다. 그리고 이곳을 소유한 주인들은 그냥 돈이 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진짜 부자를 이야기한다.
살아서 머물 땅도 없는 터라 죽은 뒤 땅을 차지하는 것에 큰 흥미는 없지만 순전히 호기심에 이런 호화스러운 묘지는 얼마나 할지 궁금하여 문의했다가 계산기를 꺼내 들어야만 했다. 페소보다는 원화로 이야기해야 더 잘 알아듣는 한국인이라서 재빨리 한화로 얼마나 하는지 따져 보았는데 숫자 0이 워낙 많이 붙어 있어서 계산이 쉽지 않았다. 이 묘지에서 39제곱미터의 땅을 차지하려면 써야 하는 돈은 무려 2천만 페소,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5억 원이 넘는다. 더 놀라운 것은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에는 39제곱미터 이상의 규모를 가진 가족묘가 많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갤러리처럼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조성된 곳도 많아서 대체 얼마나 돈을 쓰면 이런 가족묘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바로 근처에 있는 빈민가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좁은 집에서 불편한 쪽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지만, 부자들은 죽어서조차 살아있는 사람들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그런 것을 불평할 수는 없다.
여행지 정보
마닐라 헤리티지 메모리얼 파크(Heritage Memorial Park)
■ 주소: The Heritage Park, Bayani Road, Fort Bonifacio, Taguig City 1630
■ 위치: 필리핀 마닐라, 타귁시티
⚐ 여행지 정보 업데이트 날짜:
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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