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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 마닐라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 나보타스 어시장
⚐ 작성일:
2017년 7월 16일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를 이야기하면서 마닐라를 빼놓을 수 없다. 필리핀 통계청에서 밝힌 메트로 마닐라의 인구는 대략 1,200만 명이지만, 거주자로 등록하지 않아서 이 통계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마닐라에 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실제로는 마닐라 인구가 최소 1,500만 명 이상 될 것이라는 소리가 허풍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긴, 그런 숫자를 굳이 꺼내보지 않아도 당장 서민들이 사는 동네 골목길만 들여다봐도 그 촘촘한 인구밀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먹는 생선은 과연 어디서 공급되는 것일까? 마닐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매 수산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인 여행객이 주로 가는 마카파갈 씨사이드마켓(Macapagal Seaside Market)은 물론 아니다. 마카파갈의 상인들이 노리는 것은 한국인 여행객의 두툼한 주머니 속 돈이니 말이다. 힘들게 마닐라의 크고 작은 시장을 모두 언급하지 않고 바로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마닐라 대도시의 거대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곳은 바로 나보타스 어시장(Navotas Fish Port Complex)이다. 물론 이곳 어시장에서 마닐라의 생선을 100% 모두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마닐라 시장에서 보이는 생선 중 일부는 다구판 시장에서 오기도 하고, 파리나케 공항 근처에 있는 불루간 수산시장(Bulungan Seafood Market)에서 오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메인은 나보타스 도매시장인데, 마닐라를 대표하는 수산물 도매시장답게 다른 어떤 곳보다 생선 가격이 싸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으면 모를까, 필리핀살이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나보타스 어시장(Navotas Fish Port Complex)의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를 봤다면 이미 이곳 시장 풍경을 본 셈이다. 영화 내용 중에 주인공이 필리핀의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그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동네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면 영화 내용은 사실 좀 웃기다. 외국인이, 그것도 제러미 레너처럼 멋지게 생긴 외국인 남자가 이 동네에 뛰어들면 동네 사람들의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그러니 이곳 골목에 뛰어들어 조용히 숨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어쨌든 감독이 필리핀의 침침한 골목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 동네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이 참으로 촘촘한 동네가 바로 이 동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미줄처럼 엮인 동네 골목은 마닐라 사람들도 놀러 가기 꺼릴 정도로 치안이 안 좋다. 그래서인지 당시 영화 촬영팀에서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 경찰의 협조를 받으면서도 개인 경호원을 50명이나 두고 촬영했다는 후문이 있기도 했다. 촬영팀에서는 광팬으로부터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동네에 대한 흉흉한 소문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나보타스 어시장(Navotas Fish Port Complex)을 가본 외국인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글도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갈치 등을 사러 나보타스 어시장까지 가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쓰는 글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어시장 주변 동네가 바로 마닐라에서 우범지대로 유명한 톤도(Tundo)이다. 어시장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동네는 침침하고 어두워지며, 무언가 불안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선입관이 나를 지배하여 그런 것일까 싶지만, 그런 생각을 완전히 배제하여도 동네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이 주변으로 동네 생활 수준이 워낙 열악하니 생선 조금 싸게 사려다가 큰일을 치르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동네 분위기가 좋지 못해도 "어시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대로 싱싱함이 살아있는 현장임은 분명해서 치안 나쁜 것을 감안하고 수산물을 좀 사볼까 싶어 가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하루 약 800톤의 수산물을 공급하는 도매시장답게 이곳 어시장에서는 소매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마트 판매가의 40% 정도밖에 안 되는 싼 가격에 수산물을 파는 대신 1~2kg 정도의 작은 양은 잘 팔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 어시장에는 생선 보관을 위한 스티로폼 상자 파는 곳이나 얼음 판매상이 보이지 않는다. 다구판(Dagupan)이나 알라미노스(Alaminos)의 수산시장에서처럼 시장 골목 끝 한쪽에서 얼음 파는 곳을 이곳에서는 볼 수 없다. 작은 스티로폼 상자에 생선을 담지 않고 대신 지프니와 트럭으로 엄청난 양을 실어나른다. 가끔 주변 재래시장 상인들이 와서 물건을 해가기도 하지만, 이런 상인들조차 자신들의 쓸 커다란 고무 대야나 플라스틱 통을 들고 오니 생선을 포장해줄 스티로폼 상자를 파는 곳이 필요 없다. 그래도 오전 한창 바쁠 시간이 지나면 간혹 1kg 단위로 파는 곳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운이 좋으면 정말 엄청난 가격으로 생선을 수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먹지 않는 생선인 경우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갈치가 그렇다. 큼지막한 놈으로 네 마리 골라도 120페소만 내면 된다. 30페소만 내면 갈치 한 마리를 살 수 있다니, 시장 주변이 톤도만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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