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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안티폴로: 5월은 그린 망고의 초록색으로 물드는 계절

⚐ 작성일:

2024년 5월 23일


5월의 뜨거운 햇볕이 거리를 온통 채우고 있었지만, 트리하우스 안은 더위 대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가득했다. 풍성한 바람과 그늘이 만나 더위를 몰아내니,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조차 변변히 없다가 코로나 시절에 길을 냈다는 동네였다. 마닐라 도심에서 고작 1시간 30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건만, 안티폴로는 칼라바르손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아직 길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동네가 많은 것이다. 날씨가 조금만 더워지면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는 도시 사람들 시각에서 보면 길조차 없을 정도로 발전이 더딘 이런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싶지만 안티폴로 이 주변에는 이런 동네가 망고나무만큼이나 흔하다. 하지만 이런 동네도 일단 바뀌기 시작하면 변화에 가속도가 붙는다. 흡사 어린아이가 금세 청소년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이곳은 5년 후에 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그런 동네였다.


"트리하우스 위에 올라가 봐도 될까?"

사람보다 닭이며 염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은 동네 입구에는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집이 한 채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시골집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초록의 근사한 나무 위에 지어진 트리하우스였다. 남의 집 나무 위에나 올라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톰 소여의 모험>에나 나옴 직한 집을 보니 참기가 쉽지 않다. 소년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가파른 나무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의 집으로 올라갔다.


줄기가 두툼한 나무 위 트리하우스는 생각보다 넓게 잘 꾸며져 있었다. 여건만 된다면 얇은 책 한 권 들고 올라와서 대충 읽는 척을 하다가 낮잠을 자고 싶은 그런 아늑한 공간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트리하우스 아래 그늘에서 소년들이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앉아 푸르른 망고를 먹고 있었다. 소년들의 발아래 초록색 껍질이 수북한 것으로 봐서 망고가 먹기 딱 좋게끔 익은 모양이다. 새콤한 그린 망고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트리하우스 아래로 내려가서, 소년에게 망고를 좀 따도 되겠냐고 물었다. 소년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할아버지네 망고이니 장대를 가지고 가서 따보라고 허락해 준다.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재빨리 긴 장대를 휘둘러 망고 몇 개를 땄다. 방금 딴 망고에서 끈적한 진액이 흘러나왔다. 잠깐 사이에 그린 망고 여섯 개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초록과 연두의 중간 빛깔을 가진 망고였다.


그린망고
그린망고
필리핀 안티폴로
필리핀 안티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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