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연장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굳이 마카티 시티(Makati City) 아얄라몰 서킷 쇼핑몰에 있다는 이민국 사무소를 찾아간 것은 새로 이전했다는 사무소 위치가 어디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아서였다. 코로나19로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극도로 무서웠던 때의 이야기지만, 공원마저 문을 닫은 상태에서 내 외출 장소라고는 쇼핑몰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아얄라몰은 다른 어떤 쇼핑몰보다도 조용해서 내가 즐겨 가는 산책 코스가 되다. 지금이야 다시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한참 많이 나오던 때에는 쇼핑몰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보지 못할 정도로 한가했던 것이다. 덕분에 쇼핑몰 구석구석 돌아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디에 이민국 사무소가 생겼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2022년 4월 25일, 필리핀 이민국에서는 마카티 이민국 사무소(BI Makati Extension Office) 자리를  마카티 시청 근처에서 아얄라몰 서킷 쇼핑몰 5층으로 옮겼다. 마카티 이민국 사무소는 원래 쥬피터 스트릿 투자청 건물에 있었으나 2017년 리잘 애비뉴의 마카티 시청 앞 건물로 자리를 옮겼었다. 필리핀 경제의 중심지인 마카티 지역에 있는 이민국 사무소답게 방문객이 많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공간이 협소하여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새로 옮긴 리잘 애비뉴의 사무실은 넓은 편이었지만, 지프니 등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가 주차장 공간도 거의 없어 방문하기가 편하지 않았다. 물론 아얄라 서킷 쇼핑몰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하기 수월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쇼핑몰 쪽이 방문하기가 좀 더 쉽다.

"입구 왼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쇼핑몰 내 안내데스크마저 문을 닫았었지만,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쇼핑몰 중앙 안내데스크의 직원분은 자신의 직업적 의무를 완성하기에 참 적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빗은 머리와 단정하게 차려입은 유니폼, 거기에 상냥해 보이는 얼굴까지 갖추고 있으니 길을 묻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새로 생긴 이민국 사무소는 작지만 깨끗해 보였다. 공간이 더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에어컨은 시원하고 정수기도 하나 놓여 있다. SM아우라에 있는 이민국 사무소와 비교하면 좀 소박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투자청 건물에 있었던 이민국 사무실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엄청난 발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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