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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 그랩 배달부 마빈 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 (Feat. 루가우 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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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21년 4월 1일

필리핀 그랩푸드(GrabFood)
필리핀 그랩푸드(GrabFood)
쌀죽은 필수품인가요?

현재 필리핀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다름 아닌 쌀죽이다. 이 일은 마닐라 근교에 있는 불라칸의 산호세 델몬테(San José del Monte)에서 그랩푸드(GrabFood) 배달 앱의 라이더 일을 하는 마빈 씨가 배달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지난 수요일, 자정을 지난 시간에 마빈 씨는 루가우 필리피나스(Lugaw Pilipinas)라는 식당에서 루가우(쌀죽)를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빈 씨는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포장한 뒤 고객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바랑가이 직원이 마빈 씨를 잡아 세우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이런 일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므로, 일단 마빈 씨의 이야기부터 들어보면 이렇다. 지난 월요일부터 메트로 마닐라와 카비테, 불라칸 등과 같은 NCR Plus 지역(ECQ 격리 단계 적용지역)에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가 시작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음식 배달 서비스와 같은 필수 서비스는 통금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니 배달을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랑가이 직원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자정을 지난 시간이라서 통금시간이며, 쌀죽은 필수품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바랑가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빈 씨는 야간에도 필수품의 배달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재차 이야기했지만, 바랑가이 직원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루가우를 필수품(Essential Good)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어떤 종류의 음식이 필수적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이나 우유 등은 필수품이지만, 사람은 하루 종일 죽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죽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팽팽이 맞섰다. 바랑가이 직원은 태스크포스 규정이 인쇄된 종이를 보여주며 마빈 씨의 발길을 막아섰고, 배달을 하지 못하여 분통이 터진 마빈 씨는 이 모든 것을 비디오로 찍어 SNS에 올렸다.


외출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십거리가 필요한 요즘, 마빈 씨가 올린 영상은 큰 화제가 되었다. 바랑가이 직원의 편에 선 사람들은 이 사건을 쌀죽이 필수품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꼭 필요하지 않은 활동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금 시간이 있는 이유는 밤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강해서가 아니라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자정 너머 쌀죽을 먹는 것을 생명과 관련된 필수적인 일로 보기 어려우니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랑가이 직원의 태도에는 잘못된 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은 마빈 씨의 편이었다. 여론은 쌀죽은 음식이고, 음식은 인간에 삶에 있어 꼭 필요한 필수품이므로 배달이 가능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국 이 논쟁은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나선 뒤에야 해결되었다.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은 사건의 발단이 된 루가우를 언급하며 "루가우를 비롯한 식품은 필수적인 상품으로 간주되며, 통금 시간에도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이 이야기를 정리했다.


🜹 루가우(Lugaw)는 찹쌀로 만드는 죽이다. 마늘과 생강 등만 넣고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흰쌀 죽으로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서 먹는다. 간혹 설탕을 넣어서 달콤하게 먹기도 한다. 아침식사 또는 환자식으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고명으로 계란이며 파, 갈릭플레이크(튀긴 마늘), 레촌 등을 올리기도 한다.



마닐라 EDSA 거리. 그랩푸드(GrabFood) 광고 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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