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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 10페소 지폐의 그곳, 불라칸의 바라소아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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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19년 8월 17일

필리핀 불라칸 말로로스 시티
필리핀 불라칸 말로로스 시티

당신에게는 취미로 하는 일이 있습니까?

최근 벼룩시장구인구직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평소 즐기는 취미생활이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취미활동은 영화나 공연, 스포츠 관람으로 응답자의 37.8%가 이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2위는 헬스, 요가, 등산 등 스포츠 피트니스(28.3%), 3위는 여행(19%)과 독서(19%)가 차지했다. 그 뒤로 많이 하는 것은 음악(감상, 보컬, 악기 등)과 게임 등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별로 취미 활동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 공연, 스포츠 관람은 성별, 연령,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취미 활동으로 꼽혔지만, 운동이나 독서와 같은 취미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취미로 한다는 이가 많았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을 취미라고 한다.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사람마다 무엇을 취미로 하느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사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그 관심사가 넓고도 얕은 편인데, 취미로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사회 기반 시설의 공사 현장을 보는 일이다. 좀 묘한 취미이기는 하지만, 이 취미도 그림 보는 취미와 다를 것이 없다.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보다는 실물이 보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공항이나 도로, 기차역 등을 만드는 것을 보러 가는 일은 고흐의 전시회를 가는 것과 비슷하다. 필리핀 정부에서 클락에서부터 메트로 마닐라 지역까지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 공사를 하는데, 이 공사가 마닐라 투투반(Tutuban)에서 불라칸 말로로스(Malolos)사이부터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불라칸 지역의 오래된 기차역 몇 곳은 건물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여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차역이 복원되기 전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으니, 한번 가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잠깐 기차역을 보기 위해 마닐라에서 40km나 떨어진 불라칸까지 일부러 가기는 차비가 좀 아깝다. 그래서 타루칸 마을로 가는 길에 들리려고 계획을 세우고, 불라칸까지 가는 김에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까지 보고 오기로 했다. 바라소아인 성당은 1898년도에 필리핀 제헌의회가 열렸던 것으로 유명한 교회로 옛 10페소 화폐의 뒷면에 그려져 있던 성당이다. 10페소 지폐는 지금 완전히 사라졌지만, 어쨌든 지폐에 그려질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아쉽게도 불라칸 말롤로스의 오래된 기차역 주변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공사를 한다고 온통 막아두어서 기차역 입구의 도로부터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옛 기찻길 위로 새로 시설 보수를 하는 모습이 좀 보이기는 했지만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으니 좀 아쉽다. 그나마 불라칸까지 간 것을 덜 억울하게 한 것은 바라소아인 성당에서 우연히 결혼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누군가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꽤 부자인지 하객들의 차림새가 고급스럽기도 했다. 필리핀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너무 지루하여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는 결혼식이야 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 보기가 즐거웠다.


그런데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남의 결혼식 구경을 잠깐 하고 성당 바깥으로 나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돈을 좀 주고 가란다. 무슨 소리인지 의아하여 얼굴을 쳐다보니 자신의 발을 보여주면서 다쳐서 약을 사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나는 동전을 잔뜩 가지고 있다가 동네 꼬마들에게 모두 털어주고 다니는 편이지만, 아주머니가 너무도 당당히 돈을 요구하니 좀 황당하기까지 했다. 어딜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마치 맡겨놓은 돈을 달라는 것 같은 그 태도가 좀 짜증이 나서 못 알아들은 척하고 자리를 옮겼다. 이 아주머니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을 터인데 싶어 아쉬웠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로 가는 길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성당 주차장의 주차료는 20페소이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필리핀 사람들은 꼭 일요일에만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요일에는 미사가 8번이나 있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가 듣기는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잠깐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세월은 성당 안에 선풍기를 가져다 놓았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내부
의자 위에서 결혼식 초청장을 발견했다. 스폰서가 많기도 하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는 결혼식 명소인가보다.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필리핀 결혼식
필리핀의 성당 결혼식
필리핀의 성당 결혼식
필리핀 불라칸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필리핀 불라칸 바라소아인 성당(Barasoain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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