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썩 들지 않는 구석도 종종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필리핀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살고 있는 것은 좋은 점이 좋지 않은 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필리핀 특유의 느슨함과 창의력은 늘 내 감탄사를 자아낸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로일로 공항에 갔다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았다. 장식품의 재료로 사용된 것은 종이컵, 그리고 누군가의 노력이다. 손재주라고는 전혀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터라 작은 종이컵으로 이렇게 커다란 눈사람을 하나 만들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짐작도 되지 않지만, 직접 만들지 못한다고 하여 좋은 작품을 알아보지 못할 까닭이 없다.

참, 공항 구석구석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을 때는 항공편 출발 시간이 조금 늦어진다는 안내도 기쁘게 들린다. 결국 많은 부분이 상황보다는 마음의 문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