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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생활: 바클라란 시장(Baclaran Market) 나들이
⚐ 작성일:
2017년 6월 1일
제법 똑똑한 척하기를 즐기지만, 실상 그다지 똑똑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에게는 재래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있다. 노래만큼이나 가격 흥정에 소질이 없어서 모두 100페소면 산다는 물건도 150페소에 사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필리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도 종종 겪던 일을 필리핀에서도 여전히 겪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필리핀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상당히 정직한 편이라 마카파갈 씨사이드마켓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만 피한다면 바가지를 쓰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묘한 것은 바가지 쓰는 일도 적응이 된다는 것이다. 비싼 것 같으니 가격을 좀 깎아달라는 말은 여전히 하지 못하지만, 살짝 바가지를 쓰는 정도는 익숙해졌다고 할까. 아주 심하게 비싸게 지불한 것만 아니라면, 어지간해서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남들 사는 가격에 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좀 똑똑해진 느낌이 든다.
딱히 살 것도 하나 없으면서 바클라란 시장(Baclaran Market)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마닐라의 동대문 시장이라는 바클라란 시장은 잠깐 쓰면 부서질 것처럼 품질이 좋지 못한 물건이 잔뜩인 시장이다. 물건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지만 대신 오래 쓸만한 물건은 보기 어렵다. 그래서 시장을 한참이나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 늘어난 것은 귤 한 봉지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바클라란 시장에는 몰 오브 아시아 쇼핑몰이니 그린벨트 쇼핑몰과 같은 곳에서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었으니, 더워서 땀을 잔뜩 흘리면서도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바클라란 시장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햇살과 어우러져 오후를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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