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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언어: 필리핀에 있었던 고대 토속 문자, 바이바이인(Bayba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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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19년 9월 12일

필리핀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Fine Arts)
필리핀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Fine Arts)

필리핀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Fine Arts)에 가서 스페인 시절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 당시 스페인 사람들이 원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아무나 그림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림에 등장했을 정도면 당시 상당한 지위를 가졌던 인물이었으리라 짐작되는데 옷차림이 엉성하고, 체격도 좋지 못하다. 스페인 사람들이 볼 때 원주민들의 체구가 매우 작게 보이긴 했을 것 같지만, 그림에 중앙에 나서지도 못한 채 모퉁이에 배경처럼 그려진 것을 보면 지배 계층의 시각에서 그려진 그림임이 너무도 뚜렷하다.


필리핀 사람을 비하하는 이들이 주로 주제로 삼는 것을 두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스페인 지배 시절 전에는 변변한 문화가 없었다는 것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이렇다 할 독립운동도 벌이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한국과 비교하면 독립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지 않았고 이렇다 할 독립운동가가 많지도 않았음은 사실이지만, 스페인 지배 이전에는 문자조차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글처럼 우수한 문자는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스페인 식민지 이전에도 표기 체계가 여럿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바이바이인(Baybayin)이라는 이름의 문자인데, 마닐라 리잘파크에 있는 필리핀 국립인류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에 가면 석회암 판(Monreal Stones)에 새겨진 바이바이인 문자를 볼 수 있다.  


바이바이인(Baybayin) 문자에 대한 자료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식민지 시대의 서기관이 이 독특한 문자가 어떤 체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소상히 기록해 두어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고, 어떻게 발음되는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 문자는 해변(bay)에 사는 사람들에게 주로 쓰여서 바이바이인(Baybayin)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마닐라와 비샤야, 일로코스, 팡가시난, 비콜 등 지역에 이르기까지 꽤 넓은 지역에 걸쳐 이용되었다고 한다. 


바이바이인 글자는 인도에서 쓰던 고대 알파벳에서 유래하여 만들어졌다고 하며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하는 소리글자로서 14개의 자음과 3개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모든 자음이 고유 모음을 동반하는 자음으로 다른 모음을 표현하는 것에 사용되며, 모음 i 와 e, 모음 u와 o의 문자가 같다고 한다. 바이바이인 문자는 1600년대 초반에 필리핀에 머물렀던 스페인의 성직자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는데, 개인적인 기록의 용도로서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문서로 매매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도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기를 거쳐 19세기까지도 사용되었지만, 로마자가 퍼지게 됨에 따라 점차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문자가 되어버렸다. 고유하고 독특한 문자체계라서 필리핀 사람들은 이 문자를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연결고리로서 생각하고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바이바이인(Baybayin) 문자 기억하기 

필리핀 사람 중에는 자신들의 역사 속에 토속문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바이바이인(Baybayin) 문자를 잊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튜브에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올리기도 하고, 폰트를 제작하여 무료 배포하기도 한다. 타투나 채팅용 비밀 언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바이인 문자를 활용한 문구를 적은 티셔츠를 만들어 파는 쇼핑몰도 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앱 서비스 중에 "지보드(Gboard)"라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 키보드에 구글의 검색 기능을 적용한 가상 키보드 앱인데, 2019년 현재 100개 이상의 언어에 대해 키보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보드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2016년만 해도 미국식 영어만을 지원했었지만, 꾸준히 대상 언어(방언)를 추가하여 2018년 3월부터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구글에서 지보드 서비스 대상 문자에 바이바이인(Baybayin) 문자를 추가했다. 원래 지보드에서는 일로카노어(Ilocano)와 팜팡가어(Kapampangan), 와라이어(Waray) 등10 개 이상의 필리핀 언어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 4가지 언어가 시스템에 추가되어 바이바이인과 함께 민다나오의 부히드 문자(Buhid language)와 팔라완의 아볼란어(Tagbanwa/Aborlan language), 민도로의 하누노 문자(Hanunuo language)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리핀 고유문화를 생활 속에서 보고자 했던 이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리핀 언어: 필리핀에 있었던 고대 토속 문자, 바이바이인(Baybayin)
바이바이인(Baybayin)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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