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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역사 유적지: 바탄 죽음의 행진과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National Shrine)
⚐ 최종 업데이트:
2018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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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이었다. 흰 구름 속으로 비는 한줄기도 보이지 않았다. 물도 마시지 못한 상황이라 탈진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더위 속에서 걷는 일에 지친 병사들이 길거리에 쌓여갔다. 걷거나 혹은 죽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죽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만큼 행군은 고되었다. 하지만 일본군의 총칼은 무서웠고, 두려움은 병사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길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길의 끝에 간다고 해도 지금의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위와 먼지 속에서 100km의 길은 죽음의 길, 그 자체였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앙헬레스(Angeles)로 가기 전에 산페르난도(San Fernando)에서 루손섬 서쪽으로 빠지면 과구아(Guagua) 지역을 지나 바탄(Province of Bataan)이라는 곳이 나온다. 바탄(바타안)에는 크게 유명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은 필리핀에서 2차 세계대전 전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1941년 12월 8일의 일이다. 일본군이 필리핀의 미군기지를 공습했다. 일본군에게 있어 필리핀은 남태평양 침공을 위한 전진기지로 보였고, 전쟁은 미치광이를 만들어 내곤 하는 법이니 일본군의 공격은 거세였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본군이 필리핀에 상륙하기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이미 관련 정보를 입수하였고, 100만 갤런에 달하는 휘발유를 바탄에 비축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군의 기세에 미군이 밀리기 시작했다. 맥아더 장군이 그의 부대를 바탄으로 이동시켰지만, 전세는 역전되지 못했다. 일본군이 바탄을 포위하고 전면 공격을 해왔고, 바탄 전투(1942년 1월 7일 ~ 4월 9일)는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1942년 4월은 바탄 전투에서 잡힌 미군과 필리핀군에게 죽음의 4월이 되었다. 일본군의 전쟁 포로 학대 사례로 늘 언급되는 데스 마치, 바탄 죽음의 행진(Bataan Death March)이 시작된 것이다. 7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군과 미군은 바탄 반도 끝에서부터 딸락의 포로수용소까지 무려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강제 행군해야만 했다. 고문에 가까운 행군은 비극 그 자체였다. 4월 더위 속 물 한 병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행군으로 헤아릴 수 없는 군인들이 죽어 나갔고, 바탄 일대는 지옥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 바탄에 가면 평화로운 시골 풍경만을 보여준다. 공장지대가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도시화가 덜 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가로운 인상이다. 하지만 죽음의 행진을 했었던 경로에는 곳곳에 데스 마치 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어렵지 않게 죽음의 행진이 있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사맛산 십자가(Mount Samat Cross)와 같은 전쟁유적지가 제법 깔끔하게 운영 관리되고 있다. 그 잔인했던 4월 바탄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난 일이라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었다.
사맛산 바탄 전투 전쟁기념관
Mount Samat National Shrine
사맛산 십자가를 볼 수 있는 바탄 전투 전쟁기념관은 바탄 죽음의 행진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내국인(필리핀인)과 외국인의 입장료를 구분하여 받는데, 내국인은 30페소, 외국인 50페소이다. 전쟁기념관이라고는 하지만 탁 트인 주변 풍경이 멋져서 방문해 볼만하다.
■ 주소: Mount Samat Rd, Pilar, Bataan
■ 위치: 필리핀 바탄(바타안)
■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4시 (월요일 휴관)
■ 입장료: 50페소(2022년 기준)
🜹 Bataan Death March은 바탄 죽음의 행진 또는 바타안 죽음의 행진으로 표기된다. Bataan은 좀 길게 바타안이라고 발음하기도 하고, 짧게 바탄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 Province of Bataan : Mt. Samat National Shrine
· Mt. Samat FTEZ - Mt. Samat Flagship Tourism Enterprise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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