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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역사 유적지: 이멜다 마르코스와 마닐라 필름센터의 비극, 그리고 어메이징쇼

⚐ 최종 업데이트:

2021년 1월 18일

⚑ 아래의 내용은 필인러브 운영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며, 정사가 아닌 야사를 바탕으로 한 부분도 있습니다.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마닐라에서 살아도 마닐라 필름센터(Manila Film Center)라고 하면 대체 어떤 곳을 이야기하는지 바로 답하지 못하는 이가 많지만, 소피텔(Sofitel) 옆에 있는 커다란 회색 건물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CCP 단지 안에 있는 "어메이징쇼를 하는 건물"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안다. 하지만 마닐라 필름센터 건물이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야만 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닐라 필름센터

Manila Film Center

 

'사치의 여왕' 이멜다 마르코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예인이라는 마이클 잭슨이 잭슨5로 데뷔하여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디애나 주를 분주히 돌아다녔던 그해, 필리핀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마르코스는 대통령의 자리를 무려 21년이나 유지했고, 부인인 이멜다 마르코스에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었다.


1972년 계엄령 선포 이후 이멜다의 정치 활동은 점점 많아졌다. '사치의 여왕'답게 개인 전용기를 이용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던 그 시절, 이멜다 마르코스는 마닐라에서 칸영화제와 같은 영화제를 열기를 원했다. 마닐라 국제영화제를 프랑스의 칸영화제에 버금가는 영화제로 만들어서 마닐라를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야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그 영화제를 개최할 극장이 문제였다. 대체 어디에서 영화제를 열 것인가? 하지만 이멜다의 지시 한마디면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 Pageant 1974) 대회를 개최할 민속예술극장(Folk Arts Theater)이 단 77일 만에 뚝딱 지어지던 시절이었다.


1981년, 이멜다 마르코스는 영화제를 개최할 극장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곧 정부 예산이 배정되었고, 1982년 1월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극장 건립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이멜다 마르코스가 주도하여 세워졌던 이 시기의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마닐라 필름센터도 2천5백만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어졌다. 마닐라 필름센터가 개관했던 1982년 메트로 마닐라 지역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1일 18페소에 불과했다.


마닐라 필름센터의 설계는 당시 유명 건축가인 플로일란 홍(Froilan Hong)이 맡게 되었는데,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공사 책임자가 웅장한 건물 설계도를 받고 얼마나 당황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공사를 시작했음은 틀림없다. 영화제 개막식 날짜에 맞추어 공사를 끝내기 위해 수천 명의 노동자가 투입되었고, 24시간 동안 3교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설계도면 그대로 건물을 짓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원래보다 축소된 규모로 설계가 변경되었지만, 그래도 공사장은 쉬는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멜다의 지시였다. 영화제 개막식인 1월 18일에 맞추어 어떻게든 극장을 지어야만 했다. 공사 기간을 늘려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공사는 서둘러 진행되었다. 한 달 반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극장의 로비 공사를 천 명의 노동자를 투입하여 고작 72시간 만에 마치는 등 부실공사를 피할 길은 없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제대로 공사를 하기에는 애초부터 공사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공사 현장 붕괴 사고

그러다가 1981년 11월 17일 새벽 3시경, 공사 현장에 붕괴 사고가 터졌다.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이 무너진 것이다. 영화제를 두 달 앞두고 시멘트가 마를 틈도 없이 급하게 공사를 진행한 탓이었다. 무너진 가설물 아래에서 공사장 인부들은 매몰되어 죽어갔다. 하지만 당시 기록에 따르면 마르코스 정권에서 사건에 대한 공식 성명서를 내보낸 뒤, 그러니까 붕괴 사고 9시간 후에야 구급차가 보내졌다고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구조대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점심때가 다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온 가난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공사장에 대체 몇 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었는지조차 잘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결국 그 새벽의 참사로 정확히 몇 명이 사망했는지조차 모른 채 구조 작업이 끝났다. 168여 명의 노동자가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이 사망자 수는 정확하지 않다. 170명이란 이야기도 있고, 그 이상이란 이야기도 있다. 상황의 수습보다는 사고 소식을 덮기에 더 급해서 죽은 자가 대체 몇 명이었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굳어가는 시멘트 속에서 억지로 시체를 끌어낸 뒤에도 공사 기간은 바뀌지 않았다.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거나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식의 으스스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사는 계속 강행되었다. 언론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경찰에서 공사 현장을 지켜주는 동안 아직 꺼내지 못한 시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 속에서 공사는 24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드디어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멜다 마르코스는 인도에서 특별히 배송된 공작 깃털로 장식한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 등 화려한 보석을 잔뜩 걸친 채 극장의 준공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 1982년 1월 18일 있었던 제1회 마닐라 국제 영화제(Manila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전해진다. 12일의 영화제 기간에 이멜다는 환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했고, 참석자들에게 고급 와인을 선물로 내밀었으며, 언론에서는 겉보기에 그럴싸한 극장 건물을 칭송했다. 십여 일의 시간을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해야만 했다는 사실은 영화제의 성공 뒤로 사라졌다.


1982년 마닐라 국제 영화제 이후

하지만 화려한 영광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죽은 이들이 극장에 저주를 퍼부은 것일까, 마닐라 국제 영화제가 끝난 뒤 마닐라 필름센터 극장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고와 좋지 않은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은 재정적인 어려움이었다.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프트 포르노 영화제(soft-porn. 덜 노골적인 포르노물)도 열었지만, 부채를 모두 갚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 후 마르코스가 대통령직을 사퇴한 뒤로는 더욱더 극심한 재정적 문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다가 1990년에 마닐라에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건물 서쪽 하중을 지지하는 부분이 파손되었지만, 이 괴물 같은 건물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르코스가 남겨둔 독재의 흔적을 지우느냐고 자금 부족으로 허덕이던 때이기도 했지만, 건물 자체가 꺼림직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지진으로 손상된 부분을 고치지도 못한 채, 건물은 그렇게 버려졌다.


그리고 사람이 사라진 극장에는 '죽은 사람의 시체가 아직도 건물 아래 가득하다'는 소문만이 남았다.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우리는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시멘트를 부어서 사고 현장을 은폐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유령이 되어서 나온다는 소문은 더욱더 퍼져나갔다. 마닐라 필름센터는 저주받은 불운한 건물로 기억되었다.


마닐라 어메이징쇼(Amazing Show)
마닐라 어메이징쇼(Amazing Show)

마닐라 어메이징쇼

마닐라 필름센터 극장은 10여 년이 흐른 뒤 2001년 12월에야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주인은 바로 어메이징 쇼 제작자였다. 게이쇼로 유명한 어메이징쇼(Amazing Show)가 열리는 동안 극장 건물 일부가 부분적으로 보수되고, 나쁜 이미지를 좀 씻어내는 듯했지만, 이 임대조차 2009년에 만료되었다. 그 후 필리핀 상원에서 건물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잠깐 돌았지만, 결국 건물은 다시 비워진 채 방치되었다.


2012년 11월에 어메이징쇼에서 건물을 다시 임대했는데, 화려한 쇼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흉흉한 소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어메이징쇼 출연자 중 하나가 살해당해 계단 위에 버려졌는데 유령이 되어서 극장 주변을 돌아다닌다는 식의 소문이었다. 해가 지면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야 허무맹랑한 소문이지만, 이멜다 마르코스의 욕심이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사실이다.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이 건물은 코코넛 팰리스(Coconut Palace)와 더불어 마르코스 정권의 부패와 무능함을 상징하는 건물이 되었다.
소피텔과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소피텔과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마닐라 필름 센터(Manila Film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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