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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에 가면 좀 특별한 박물관을 하나 볼 수 있다. 바로 바하이 치노이(Bahay Tsinoy)이다. 일단 바하이(Bahay)는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집을 뜻한다. 그런데 치노이는 대체 무슨 뜻일까?

필리핀 생활을 하다 보면 "치노이라서 그런지 부지런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치노이(Tsinoy)는 중국계 필리핀인(Chinese Filipinos)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은 이미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이전부터 필리핀으로 이민을 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필리핀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상류층으로 성공한 치노이도 상당히 많은데, SM그룹의 창업주인 헨리 시(Henry Sy) 회장 역시 중국에서 이민 온 화교 출신이다. 마닐라 차이나타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각설하고, 그러니까 바하이 치노이(Bahay Tsinoy)는 필리핀에 사는 중국계 필리핀인의 집인 셈이다.

바하이 치노이 중국 화교 박물관은 안젤로 킹(Angelo King)이란 치노이 사업가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필리핀에서 재벌이자 자선가로 유명한 사람으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모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필리핀 곳곳에 10개가 넘는 모텔을 체인으로 운영했는데, 전성기 때는 일하는 직원만 2천 명에 달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컸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모텔 체인 사업을 접기 전 치노이의 역사적 문화적인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마음으로 진행한 사업이 바로 바하이 치노이(Bahay Tsinoy)였다. 안젤로 킹의 박물관 설립 아이디어는 필리핀 내 중국인 화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박물관 건립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후원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중국 화교 박물관인 바하이 치노이에 호세 리잘(Jose Rizal)과 관련된 전시물이 있는 것일까?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인 호세 리잘의 조상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전환되던 시기 필리핀으로 이주했던 중국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노란색 옷을 입은 코라손 아키노(코리 아키노) 전 대통령의 사진도 볼 수 있는데, 그녀 역시 중국계 혈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𖠿 관련 글 보기: 필리핀 역사: 필리핀 독립운동의 아버지가 된 언어 천재 호세 리잘(Jose Rizal)

마닐라의 중국 화교 박물관, 바하이 치노이

Bahay Tsinoy: Museum of Chinese in Philippine Life

1999년 개관한 바하이 치노이(Bahay Tsinoy)는 박물관 상태가 꽤 괜찮은 편이다. 주제에 따라 전시관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 치노이들이 살아온 역사의 흔적을 시대순으로 볼 수 있다. ​기업홍보관처럼 느껴지는 좀 지루한 전시관도 있지만, 중국인 화교들의 생활양식이 필리핀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전시물도 많다. 에어컨이 쾌적해서 인트라무로스를 걷다가 더우면 잠시 들려 관람하기 좋다.

■ 주소: Kaisa Angelo King Heritage Center, 32 Anda St. cor. Cabildo St., Intramuros, Manila

■ 위치: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 입장료: 100페소

■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 월요일은 휴관 (2024년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