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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역사 유적지: 1897년, 보니파시오가 처형당한 장소 - 분티스 산의 에코파크
⚐ 최종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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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12월 30일, 필리핀의 영웅 호세 리잘(Jose Rizal)은 반식민 폭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마닐라의 루네타 공원(Luneta Park)에서 처형당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호세 리잘을 기리기 위해 그가 처형당한 곳의 이름을 리잘 공원(Rizal Park)이라고 바꾸고 호세 리잘의 처형 장면을 재현하는 동상을 세웠다. 요즘 리잘파크는 마닐라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외국인들도 종종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국민 영웅, 안드레스 보니파시오(Andres Bonifacio, 1863년 11월 30일 ~ 1897년 5월 10일)의 처형 장소는 대체 어디일까?
마라돈곤의 안드레스 보니파시오 쉬라인 앤 에코파크(Andres Bonifacio Shrine and Eco-Park)는 1897년 5월10일에 안드레스 보니파시오가 반역죄라는 억울한 죄명을 쓰고 총살된 현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필리핀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 기록을 찾아보면 보니파시오가 카비테에서 에밀리오 아기날도에 의해 체포된 뒤 마라곤돈 시내의 로데리코 레예스의 집(Roderico Reyes Ancestral House)에서 카티푸난(KKK)의 재판을 받고 분티스 산(Mt. Buntis)으로 끌려가서 총살당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이 에코파코가 바로 그 분티스 산인 셈이다.
하지만 정말 이곳에서 총살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안드레스 보니파시오는 그 어떤 인물보다 돋보이는 국가 영웅이지만, 처형당한 후 제대로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였다. 총살당했다는 장소도 명확하지 않고, 시체가 어딨는지조차 오리무중이다. 보니파시오가 총살된 후 그의 아내였던 그레고리아 데 헤수스(Gregoria de Jesus)가 그의 시신을 찾기 위해 산 속을 한 달여나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처형장이었다고 특정 짓는 것은 여기서 보니파시오가 처형 명령서를 소리 내 읽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판소로 쓰였던 집에서 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분티스 산은 꽤 큰산이고, 필리핀 역사학자들의 의견도 보니파시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에서 처령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기록은 없다고 보는 편이라서 처형 장소가 확실히 이 장소라고 단언하기는 좀 어렵다. 어쨌든, 2004년에 마라곤돈(Municipality of Maragondon)에서는 자신의 동네를 역사적인 고장으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이곳을 관광명소로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4헥타르(약 12,100평)가 넘는 부지에 역사유적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개발에 들어갔는데, 공원을 비롯하여 클럽하우스며 수영장, 기념품 가게 등을 만들고, KKK(독립운동단체 카티푸난을 의미)와 Bayani(타갈로그어로 영웅이라는 뜻)라는 글자를 조각한 청동 조각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마라곤돈에서 야심 차게 시작한 이 사업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역사유적지 개발 사업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마라곤돈에서 역사유적지의 개발을 흐지부지 중단하기는 했어도 시설은 계속 관람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정보였던 모양이다. 에코파크까지 가는 길은 험난함 그 자체였다. 콘크리트 한 줌 뿌리지 않은 비포장도로인 데다가 폭이 좁기까지 하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마라곤돈 타운홀(Maragondon Town Hall)에서 트라이시클을 빌려 타고 가면 100페소에서 150페소 정도는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이렇게 비싼가 싶은 생각을 잠깐 했었건만 길 상태나 거리를 보니 왜 그것밖에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마저 든다. 이렇게 도로 상태가 나쁘다면 오토바이가 온통 지저분해질 것이 당연한데 세차비라도 좀 더 받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런데 길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럭저럭 유적지에 도착해서 깨달은 것은 이곳이 이미 한참 전부터 버려졌다는 것이다. 시설 운영을 중단했다면 산자락 아래에서 방명록을 작성하도록 한 아저씨가 안내했었을 터인데 싶은 생각이 들어 의아하다. 하지만 입구의 아저씨가 내게 한 이야기는 1km 정도 더 가야만 된다는 것뿐이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힘겹게 와서 그냥 돌아가기란 아쉬우니 매표소 혹은 안내소였다고 짐작되는 곳을 통해 잠깐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넓은 유적지 안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검은 카라바오 물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공원 안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고요할 정도로 조용했다. 방문객은 물론이고 직원 하나 없는 공원이 어찌나 깨끗해 보이는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잘 관리하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방치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긴, 필리핀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일이 비단 이것 하나뿐이더냐. 나는 남의 나라 역사 공부는 그만 접고 서둘러 마닐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보니파시오 쉬라인 앤 에코파크
Andres Bonifacio Shrine and Eco-Park
■ 주소 : Brgy. Pinagsanhan B, Municipality of Maragondon, Cavite City. Philippines
■ 위치 : 필리핀 카비테, 마라곤돈
■ 비고
- 도로 사정이 열악하여 유적지 시설까지 접근성이 좋지 못함
- 원래 20페소 입장료를 받고 공원처럼 운영했었다고 하지만 2019년 현재는 시설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보임
𖠿 관련 글 보기: 필리핀 역사유적지: 보니파시오가 카티푸난(KKK)에게 재판을 받았던 장소
NHCP(National Historical Commission of Philipp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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