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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류: 마닐라 올티가스 에메랄드 에비뉴와 케이팝 커버댄스
⚐ 최종 업데이트:
2023년 3월 19일
나무 아래 그늘에도 시원함이라고는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날이었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도 얇은 셔츠가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최대한 그늘 안으로 숨어들어 걸어 보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더우니 생각이 단순해진다. 뭔가 볼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에어컨이 잘 나오는 곳으로 가서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저 멀리 거리 위에서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커버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한류가 가장 힙한 아이템이 되면서 마닐라의 거리에서 한국의 케이팝 노래를 배경으로 춤을 연습하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주말에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릿이나 올티가스 에메랄드 에비뉴에 가면 10대 아이들이 모여 아이돌 가수의 현란한 군무를 연습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에메랄드 에비뉴가 아이들의 케이팝 커버댄스 연습 장소가 되는 것은 이 거리가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가 되기 때문. 주변 사무실이 문을 닫는 주말이면 거리 전체를 막고 보행자 공간으로 만드는 것인데 선데이마켓 등 이런저런 행사를 하기도 하여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베드민턴을 치거나 스케이트보드 연습을 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유료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되기도 한다. 그러나 달리기도 자전거 타기도 모두 해가 진 뒤의 이야기이다. 숨 막히게 더운 낮에 그늘 한 점 없는 거리 위를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햇살도 아이들을 막지는 못하고 있었다. 연습은 다른 곳에 가서 하고 촬영할 때만 거리 위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당사자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지 더위가 온통 뒤덮은 거리 위에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나로서는 아이들의 춤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잠깐 거리에 서서 아이들의 춤을 구경했다. 뜨거운 햇살도 참으면서 걸음을 멈추고 구경할 정도로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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