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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류: 마닐라 EDSA 거리의 대형 광고판을 차지한 블랙핑크와 BTS, 차은우, 현빈과 손예진
⚐ 최종 업데이트:
2021년 4월 25일
오랜만에 EDSA의 거리 풍경을 보니,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반가움보다는 낯섦이 더 컸다. 1년 만에 본 EDSA의 모습은 낯설기만 했다. 수백 번은 더 와봤을 거리인데도, 고작 1년 남짓 보지 않았다고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다. 거리의 모양새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데도, 처음 보는 곳처럼 어색하여 정신없이 거리를 바라보게 된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오가는 사람이 사라진 탓이다. 마닐라는 복잡을 넘어 혼잡한 것이 매력인데,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가장 눈에 띄게 조용해진 곳은 쿠바오이다. 버스를 잃은 버스정류장에는 썰렁한 기운마저 감돈다. 간혹 채소 가게가 버스가 사라진 버스정류장 안을 차지한 것이 보이기도 한다. 정부 시책에 따라 시외버스 정류장을 모두 종합 버스터미널로 옮긴 탓이다. 마닐라는 그동안 종합 버스터미널을 운영하지 않고 버스 회사마다 제각각 버스 정류장을 운행해왔다. 폭넓은 치마를 펼쳐놓은 듯 쿠바오 지역 넓은 길을 시외버스 정류장이 온통 차지하고 있으니, 차가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했다. 커다란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오고, 승객을 내려주는 과정에서 차량은 길고 긴 꼬리를 물고 있어야만 했다. 물론 내가 버스를 타러 갈 때는 버스정류장이 시내 한 복판에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게 여겨지지만, 버스정류장의 존재 자체가 EDSA 교통 체증의 주범인 것은 사실이었다. 커다란 버스가 점령한 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버스정류장을 없애지 않고서야 EDSA의 교통체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활기를 잃은 거리를 보니 마음이 좋지 못하다. 고향으로 가져갈, 혹은 고향에서 가져온 짐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서 있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이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런데 내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커다란 빌보드 광고판이었다. EDSA 넓은 간선도로 곳곳 대형 광고판을 한류 스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글로브와 스마트, 필리핀의 주요 통신사 두 곳에서 앞다투어 한류스타를 모델로 쓴 덕분이다. 스마트 통신사에서 현빈과 손예진을 광고 모델로 등장시키자 글로브 통신사에서 블랙핑크를 내세운 것인데 마케팅 효과가 상당히 있는 모양인지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까지 스마트 통신사의 홍보 모델로 등장했다. 모델이 누군지만 신경 쓰지 말고 통화 품질이나 신경 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같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EDSA 간선도로 곳곳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보는 것이 퍽 즐겁게 느껴졌다. 스마트 통신사에서 현빈이 필리핀에 방문하는 것을 조건으로 광고 모델 계약을 했다는데, 다시 세상이 좋아져서,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바이러스 걱정 따위가 끼어들지 않아서, 현빈이 직접 마닐라로 와서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곳곳에 보이는지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조금은 한산해진 필리핀 마닐라 EDSA 도로.
작년 초 마크 빌라(Mark Villar) 공공사업도로부 장관은 도로망을 확충하여 엣사(EDSA)의 교통정체 완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실제 스카이웨이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마닐라의 교통체증은 좀 개선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부 루손 고속도로(NLEX)에서 남부 루손 고속도로(SLEX)를 오가며 굳이 EDSA를 지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EDSA 거리 위 차량이 사라진 것이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은 것은 이런 모습이 연출된 것이 필리핀 정부에서 적절한 대책을 세워서라기보다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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