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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축제: 마린두케 - 부활절에 열리는 모리오네스 축제(Moriones Festival)

⚐ 최종 업데이트:

2024년 3월 12일

필리핀 부활절 풍경
필리핀 부활절 풍경

부활절 공휴일을 이용하여 마린두케의 모리오네스 축제에 가보려다가 포기한 것은 도무지 마땅한 숙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섬 안에 숙박시설이 많지 않아서 일찍 예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 '일찍'이라는 것이 한 달 이상을 의미했던 모양이다. 


마린두케 섬(Marinduque Island)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면 필리핀 지도의 중간쯤을 보면 된다. 마닐라에서 마린두케까지는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가용을 가지고 간다고 해도 8시간은 족히 걸린다. 루세나까지 간 다음 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부활절이면 이 멀고 먼 곳까지 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 외딴섬을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부활절 홀리위크(Holy Week) 기간 중 열리는 모리오네스 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모리오네스 축제(Moriones Festival)는 부활절에 열리는 종교 관련 축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꼭 언급되는 축제이다. 모리온(Morion)은 로마의 병사들이 얼굴에 쓴 투구를 의미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부활절 동안 로마 병사와 같은 차림새를 하고 성 론지노(롱기누스)의 이야기를 축제로 풀어낸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무려 1800년대 초반부터 이 축제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필리핀에서는 디오니시오 산티아고라는 이름의 신부가 1807년에 진행했던 행사를 모리오네스 축제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이 축제의 백미는 단연 로마 병사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독교로 개종한 론지노를 찾아 수색하는 모습을 재현한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퍼레이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기독교로 개종한 로마 군인의 이야기가 필리핀 사람들의 창의력과 만나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연출한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나무 십자가를 들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재현하는 행위이다. 십자가의 길(Via Crucis)이라고 부르는 이 행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십자가 처형과 채찍질인데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스스로 고통을 가해 죄를 용서받고, 신이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가시 면류관 형태로 관을 만들어 쓰고 맨발로 거리를 걸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은 굳이 마린두케가 아니라도 필리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로마 병사로 분장하고 진행하는 축제만큼은 마린두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비종교인을 위해 성 론지노(Longinus)의 이야기를 살짝 해보자면, 그는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의 다리를 몽둥이로 부러트리는 대신에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고 전해지는 로마의 군인이다. 100명으로 조직된 부대의 우두머리인 백인대장의 신분이었다고 전해지는 론지노는 "정녕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는 말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한쪽 눈이 실명 상태였다고 하는데, 예수님의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 한 방울이 그의 눈으로 들어가면서 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런 기적을 겪어서일까, 그는 이후 기독교로 개종하여 수도 생활을 했다. 그리고 혀가 잘리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예수를 따르다 참수형을 당해 순교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론지노(롱기누스)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고, 그가 사용했던 창은 론지로의 창(롱기누스의 창)이라 불리며 예수의 기적을 보여주는 성유물 중 하나가 되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바티칸 대성전)에 가면 이탈리아의 천재 조각가였던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만든 성 론지노상을 볼 수 있다.



마린두케의 모리오네스 페스티벌

Moriones Festival


마린두케의 모리오네스 축제는 성 론지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축제이다. 이 축제는 가톨릭과 필리핀 고유의 신앙, 그리고 필리핀 특유의 축제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마린두케의 모리오네스 축제는 필리핀의 다른 축제와 다르게 축제 장소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축제가 열리는 보악(Municipality of Boac)의 웹사이트를 뒤져도 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문 하나 보기 힘든 정도이다. 마린두케 지역 관광안내소(info@boac.gov.ph)는 연락이 되지 않아 섬에 있는 호텔로 문의한 것에 따르면 보통 성목요일(Maundy Thursday)부터 부활절 일요일까지 보악(Boac) 지역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축제는 일요일에 타운 프라자(Town Plaza)에 모여 론지로를 참수하는 모습을 재연하면서 끝이 난다. 여담이지만, 축제 음식으로는 떡의 한 종류인 카카닌(kakanin)과 람바녹(lambanog)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람바녹은 필리핀의 전통주로 코코넛으로 만든 술이다.


축제 방문 정보

■ 축제장소: 필리핀 마린두케(Marinduque)

■ 개최기간: 매년 부활절

부활절 날짜는 매년 바뀐다. 보통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가 된다.

■ 축제 공식 웹사이트: 없음


마닐라에서 마린두케섬으로 가는 방법

마린두케에서는 작은 국내선 공항(Marinduque Airport)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노선이 운항되지 않는다.


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마닐라의 쿠바오 버스 정류장에서 JAC Liner Inc. 회사의 버스에 탑승하면 마린두케까지 이동할 수 있다.

Cubao - Marinduque : http://www.jacliner.com/routes.html


② 자가용이 있는 경우

자가용이 있다면 루세나의 Dalahican Port 항구로 가서 로로(RoRo) 선박을 이용하면 된다. Montenegro Shipping Lines 또는 Starhorse Shipping Lines 배를 타면 Mogpog의 Balanacan Port 또는 Boac의 Cawit Port로 이동 가능하다. 로로(RoRo) 선박에는 자가용을 실을 수 있으나 선착순으로 탑승을 시키기 때문에 차량이 있다면 항구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차량의 OR과 CR을 제시해야만 배에 차량을 실을 수 있으며, 섬까지는 3~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필리핀 부활절 풍경
필리핀 투게가라오 성당에서의 부활절 미사
 따가이따이의 칼레루에가 교회 Caleruega church
따가이따이의 칼레루에가 교회 Caleruega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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