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민국: 요즘 마닐라 마닐라 베이(Manila Bay)의 크루즈선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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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등록일:
2020년 6월 28일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난 뒤 바뀐 것 중 하나는 마닐라 베이(Manila Bay)의 밤 풍경이다. 커튼을 쳐둔 것처럼 어둡던 밤바다를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 채운 것은 다름 아닌 크루즈 유람선. 크루즈선이 좀 서 있다고 바다 위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진 것처럼 보였다면 허풍처럼 들리지만, 마냥 거짓말은 아닌 것이 수십 척의 크루즈선에서 내뿜는 불빛이 수평선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하자 주요 국가의 항구들이 선박 입항을 금지했다. 크루즈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항구에서도 크루즈선에 있던 사람들의 하선이 금지되었으니 승무원들은 배에 꼼짝없이 묶였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필리핀인이라는 점이었다. 마닐라 리잘파크 주변으로 즐비한 사무실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서 일할 선원을 모집하는 사무실이니 필리핀인 중 선원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 세계 160만 명의 선원 중 필리핀인이 38만 5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12만 명이 크루즈선에 근무하는 선원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필리핀 정부는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해외노동자(OFW)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기대만큼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승무원 상당수가 필리핀인 까닭에 갈 곳을 잃은 크루즈선을 마냥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4월 16일에 이르러서 필리핀 정부에서는 필리핀인 승무원이 있는 외국 유람선에 대해 마닐라 항구에 정박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구에 정박한다고 해서 바로 하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태스크포스(IATF-EID)에서는 해외에서 온 크루즈 유람선에 대해 고향으로 귀향 또는 본국으로 귀국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하선이 가능하며, 크루즈선이 선원들의 검역 시설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 외국 유람선을 받아들였다. 필리핀 해안 경비대(PCG - Philippine Coast Guard)의 당시 페이스북 공지문에 따르면 선원들은 RT-PCR 방식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태스크포스(IATF-EID)와 보건부의 규칙에 따라 14일의 검역 기간을 거친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난 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하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당연한 조치였지만 검사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졌으니 선원들의 격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졌다. 화려한 크루즈선이 감옥이 된 셈이었다. 시커멓던 마닐라 베이를 갈 곳을 잃은 크루즈 수십 척이 차지하면서 주변을 마치 카지노처럼 환하게 보이게 만드는 동안 배 안에서의 격리 생활에 지친 승무원들은 정신적으로 지쳐갔다. 승무원들이 극도의 불안감으로 우울증 증상까지 보인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닐라 베이에 정박한 크루즈선에는 한국인 승무원도 있었는데, 대사관과 외교부의 노력으로 지난 5월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배에서 하선하여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마닐라 베이에 50여 일이나 머물러야 했다.
각설하고, 최근 필리핀 이민국(BI)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4월 16일부터 6월 15일 사이 총 42척의 크루즈선이 마닐라베이에 정박했었으며 이곳에서 하선한 선원의 수가 무려 16,287명에 달한다고 한다. 16,287명 중 11,189명은 필리핀인으로 이들은 해외근로자복지국(OWWA)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처리되었다. 하지만 5,098명에 이르는 외국인 선원의 귀향길은 상당히 고달프다.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귀국 항공권 티켓을 제시한 뒤 이민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항공기 탑승 시간에 맞추어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뒤 이민국 직원의 호위를 받아 공항으로 간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할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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