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대통령 대변인

해리 로케 (Harry Roque) 대통령 대변인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언행을 보여주는 와중에 필리핀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이후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1,500명을 훌쩍 넘기고 있어서 앞으로의 일이 염려스럽지만,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오늘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이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나는 언제나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말할 것입니다(I will always say we are winning against COVID-19)"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여 화제이다.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의 주장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고, 이렇게 의료서비스 제공 능력이 있는 한 코로나19에 대해 승리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긴, 며칠 전 마스크도 쓰지 않고 수빅의 오션어드벤처를 방문하여 돌고래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 해리 로케 대변인이다. 골고루 충분한 영양을 공급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둥근 얼굴을 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무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 병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으면 매우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는 모양이라 짐작된다. (이 여행에 대해 해리 로케는 바타안 지역의 농장을 보러 가는 길에 잠깐 들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검역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국민을 비난하였던 터라 해리 로케의 변명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필리핀 국민의 해외여행 금지 해제 예정

각설하고,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처럼 긍정적인 사람들이 많은지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해외여행 제한이 조만간 풀린다는 소식이다. 오늘(2020년 7월 7일)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IATF-EID)에서 필리핀 사람에 대한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결의안(Resolution 52)을 승인했다고 한다. 그동안 필리핀 정부에서는 자국민에 대해 여행을 목적으로 한 해외 출국 금지했다. 해외에서 일한다거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등 필수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출국을 허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음의 조건만 충족하면 해외 출국이 가능해진다.

① 관광비자로 여행하는 경우 왕복 항공권

② 여행보험(travel health insurance)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으로 귀국하지 못했을 경우 치료비나 숙박비 등을 감당할 수 있게 해줄 보험. 필요한 보험 금액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음

③ 입국 대상 국가의 입국허가 증명서

④ 여행과 관련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음에 관해 확인서 제출

물론 해외 출국이 가능하게 된다고 당장 여행 가방을 싸 들고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편 탑승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가, 현재 필리핀인이 입국 가능한 국가 자체가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여행 후 필리핀에 입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임이 확인될 때까지 격리된다는데 선뜻 해외여행을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앞으로 필리핀 정부의 격리 조치가 점점 느슨해지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이 생겨서가 아니라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이라서 걱정이지만, 필리핀인의 출국이 가능해지면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도 풀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생긴다.

한편, 해리 로케 대통령 대변인은 2020년 3월 17일에 내려졌던 해외여행 금지가 해제될 예정임을 밝히면서 여행할 때 건강을 위해 안전 프로토콜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인의 해외여행 관련 자세한 규정은 8월 중순 정도에 정리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