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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과 더블 데드(double-dead)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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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19년 9월 11일

필리핀 재래시장의 정육점
필리핀 재래시장의 정육점

사람 마음이란 대단히 묘하다.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자 갑자기 삼겹살이며 제육볶음 등이 얼마나 맛있는지 떠오른다. 평소 즐겨 먹지 않던 보쌈도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얼마 전 일인데 필리핀 안티폴로 지역에 있다는 어느 양돈농장에서 돼지 수십 마리를 땅에 묻었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난 적이 있었다. 커다랗게 구덩이를 파고 아직 숨도 끊어지지 않는 돼지를 파묻은 것이다. 당시 필리핀 농림부(DA.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는 매몰된 돼지가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고 하면서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양돈업계에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고는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9월 9일), 필리핀 농림부(DA)에서 불라칸(Bulacan)과 리잘(Rizal) 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리잘에 있는 돼지 사육장에서 돼지 폐사율이 갑자기 급등한 까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으로 조사되어서 해당 농장과 주변 1km 내 사육 돼지를 살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런 전염병이 나돌 때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 것일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란?

아프리카 돼지 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란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이 전염병은 다행히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닭이나 소와 같은 다른 동물에게도 감염되지 않으며, 오로지 돼지나 멧돼지 등 멧돼지과의 동물에만 감염된다. 4~19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 후 갑자기 죽는 것이 돼지 콜레라와 비슷하지만, 감염의 원인이 되는 균이 다르다고 한다. 돼지 사육 형태나 관리 수준에 따라 전파 속도는 조금 달라지지만, 전염이 빠르고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돼지 전염병이라 바이러스의 유입 및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원래 동유럽권에서 유행하던 전염병이지만 작년에 중국에 퍼지면서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전염병이 유입되면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 외에는 처리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돼지 사육두수가 급감하면 돼지고기 가격이 마구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질병이 퍼지면 양돈업계는 물론 육가공업체와 음식점 등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에서도 올해 8월 돼지고기 가격이 47%나 폭등한 바 있다.


필리핀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지역과 감염 원인

필리핀 농림부(DA)에서는 소규모 개인 축사(backyard)에서 호텔이나 식당의 음식물 찌꺼기를 돼지 사료로 쓰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노동자(OFW)가 가져온 육가공품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필리핀 농림부(DA)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육류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도축장의 위생을 점검하는 한편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9월 11일 현재,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지역은 아래와 같다.


- 리잘(Rizal) : San Jose, Macabud, San isidro, San Rafael, Mascap, and Cupang in Antipolo

- 불라칸(Bulacan) : Guiguinto


필리핀 재래시장의 정육점

더블 데드 돼지고기 조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바이러스를 운반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필리핀 농림부에서 신문기자들을 잔뜩 불러다 놓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음을 발표하던 지난 월요일, 농림부 장관과 보건장관은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했을 터였다. 오전부터 갖가지 돼지고기 요리로 포식하면서 "믿을만한 곳에서 사서 철저하게 조리한다면 돼지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발표하는 장면을 연출했어야 하니 말이다. 농림부에서는 육류를 검사하는 기관인 National Meat Inspection Service (NMIS)의 도장을 확인하면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도축장이 어디인지 안다거나, 확인 스탬프가 정확히 찍혀져 있는지 확인하기란 어렵다. 살처분 되었던 돼지를 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리핀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더블 데드(double-dead)라는 말이 있다. 질병으로 죽은 가축을 불법 도축하여 식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집단 폐사한 닭을 가져다가 집에서 불법 도축해서 시장에 몰래 내다 파는 식이다. 물론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런 더블 데드 고기에 대해 매우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100% 막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저렴하거나 도축장이 어디인지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의심해보는 것이 좋겠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방지 해외여행 시 예방수칙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가축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하여 해외여행 시 외국에서 축산물(육가공품 등 음식물 포함)을 반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누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여행기념품으로 축산물을 사서 한국까지 가지고 갈까 싶지만, 의외로 적발 건수가 상당하다. 살아있는 돼지와 돼지고기만이 검역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육포, 소시지, 햄 등 육가공품까지 모두 반입 금지 품목이다. 심지어 국내 면세점에서 사서 갖고 나간 육포류도 문제 될 수 있다.


만약 외국에서 산 축산물(음식물 포함)을 가지고 있다며 공항에서 반드시 검역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축산물을 신고하지 않고 반입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에서 나온 돼지고기 및 제품(돈육가공품)을 반입한 경우 과태료가 1차 500만 원, 2차 750만 원, 3차 1000만원에 이른다. 한편, 이번에 필리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국경검역 강화 조치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필리핀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객에 대해 수하물 검색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니, 필리핀 여행 시 소시지, 햄 등 축산물을 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필리핀 돼지
필리핀 돼지
필리핀 돼지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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