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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뉴스: 온라인 수업을 권하는 사회와 공립학교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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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등록일:

2020년 10월 4일

필리핀 초등학교

필리핀 의무교육 과정은 K-12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학기는 두 학기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지역 또는 학교 유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6월부터 10월까지가 1학기, 11월부터 3월까지가 2학기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올해 3월 30일에서 4월 3일 사이에는 졸업식이 진행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이 학교 수업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필리핀 정부에서는 학교 수업이 중단됨을 알려야 했다.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이지만, 학교 시설도 특히 빈부격차가 심한 편이다. 사립학교는 에어컨도 나오고 시설이 매우 좋다고 하지만, 공립학교는 대한민국의 초등학교가 아직 국민학교라고 불렸을 때의 시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실은 좁고, 나무 책상은 허름하다. 지프니만큼이나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수업을 하는 곳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집단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학교 문을 닫는다는 것에 모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닫은 학교 문이 열리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집에서 개학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그리고 5월이 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중등학교 개학을 하게 되면 코로나19가 퍼질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는 이유였다. 8월 말에 개학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3~4천 명씩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레오노르 마그톨리스 브리오네스 교육부 장관은 개학일이 8월 24일에서 10월 5일로 연기되었다고 발표해야 했다.


드디어 내일(2020년 10월 5일), 필리핀의 공립학교가 2020~2021년도 수업을 시작한다. 개학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예전처럼 학교에 가서 대면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00일이란 수업 일수 때문이라도 더는 개학을 연기하기 어려우니 온라인 수업 등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처럼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기란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빈곤층이 수백만 명에 이르니, 온라인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필리핀 교육부에서도 학부모들이 원격수업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20% 정도의 학생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음을 인정한 상태이다. 필리핀 교육부에서는 인쇄물과 라디오, TV 방송 등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업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아이들 공부는 가르쳐야 하는데, 돈은 부족하니 이래저래 넘어야 할 산이 잔뜩이다.


필리핀 학교의 원격 수업

필리핀 교육부(DepEd)에서는 온라인 학습 등 원격 수업(distance learning)을 통해서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규교육과정 중단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습시스템(ALS)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콘텐츠를 준비가 쉽지 않다. 온라인 수업을 하려면 좋은 콘텐츠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그런 콘텐츠가 갑작스럽게 뚝딱 만들어질 리 없다. 하긴, (그럴 가능성은 사실 없지만) 필리핀 교육청에서 이를 악물고 멋진 콘텐츠를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멋진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한들 접속을 할 수 있어야 볼 수 있을 터인데, 필리핀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는 것 그 자체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마당에 온라인 수업은 필리핀 서민 가정에 재정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난한 도시 빈민가나 스마트폰도 귀한 산골에서 사는 아이들이 대체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겠는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수업을 듣기 위한 디지털 기기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여전히 많다. 상당수의 아이가 온라인 원격 학습에 필요한 도구가 없으니 온라인 교육이 될 리가 없다. 스마트폰을 어떻게든 구한다고 해도 인터넷 접속의 문제가 남아 있다. 와이파이 이용 비용도 부담이지만, 시그널이 약해서 수업을 듣기가 어렵다. 메트로 마닐라나 세부 등과 같은 대도시라면 모를까, 도시를 벗어난 시골에서는 인터넷 사정이 상당히 열악하여서 온라인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시그널이 나은 곳을 찾아 핸드폰을 들고 집 주변을 서성댄다는 이야기는 전혀 농담이 아니다.


8월에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뒤 페이스북에 잔뜩 올라온 이야기 중 하나가 온라인 수업 때문에 핸드폰이며 태블릿을 빌렸다는 이야기이다. 보홀에 살고 있다는 알빈(Arvin Jay Curangcurang)이란 아이는 SNS에서 꽤 화제가 되었는데, 그의 양육을 맡아주고 있는 고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마닐라로 일하러 간 엄마 아빠 대신 조카를 돌보고 있다는 이 고모의 수업 준비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눈물겹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핸드폰을 빌리는 것까지는 비교적 쉽게 해결했는데, 집 안에서는 인터넷 신호가 약해 수업을 들을 수 없을 것 같더라는 것이다. 결국 알빈의 고모는 핸드폰을 들고 집 주변을 헤매었고, 소를 키우고 있는 목초지 언덕 위가 그나마 신호가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카를 위해 나무 위에 작은 트리하우스를 지어 책상을 놓아준 이 멋진 고모는 자신이 마련한 소박한 수업 공간에 대해 노래방 기계에서 나오는 소음도 없고, 평화롭고 조용하여서 수업을 듣기 좋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남겨 갈채를 받았다.



필리핀 학교 온라인 수업
알빈의 고모가 만들었다는 야외 교실. 상당히 멋진 공간이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학교에 가는 것과 비교하긴 어렵다.
필리핀 학교 온라인 수업
바탕가스에 산다는 학생이 만든 온라인 수업공간. 집안의 인터넷 신호가 약해서 바깥에 이런 학습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부모가 생선도 팔고, 농사도 짓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신문과 인터뷰했다.
필리핀 학교 온라인 수업
개학을 맞이하여 온라인 수업을 준비 중인 학교 선생님 (출처 : Philippine Star ) 필리핀에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가르쳐 보겠다고 기를 쓰는 좋은 선생님이 상당히 많다. 마음마저 가난한 것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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