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공항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클락국제공항(이하 클락공항)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이 아이디어는 클락공항을 이용하는 각 항공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퍽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마닐라공항의 활주로 사용권을 얻기가 어려워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필리핀항공을 비롯하여 에어아시아와 세부퍼시픽 항공사 등에서도 클락공항을 중심으로 한 신규 노선 운항을 계획하며 클락공항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클락공항 역시 공항 시설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클락공항의 연간 여객 처리능력이 4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니 클락공항 밀어 주기 전략이 완전히 성공한다고 해도 공항 혼잡이 사라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클락공항에서는 공항세(Terminal Fee)를 공항 터미널에서 받는데 이 공항세를 내는 줄조차 매우 긴 상황이라 마닐라공항 이용객을 클락으로 보내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마닐라에서 클락공항까지의 접근성 문제야 장차 개선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공항 여객터미널 시설이 협소한 것은 해결되어야만 했다.

그러니 공항의 여객 수용 규모를 늘리기 위해 새로 여객터미널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클락공항에서는 필리핀 경제개발청(NEDA. National Economic and Development Authority)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재빠르게 공사에 들어갔다. 클락국제공항공사(CIAC, Clark International Airport Corporation)의 발표에 따르면 클락공항 확장 공사 계획(Clark International Airport expansion project)은 100,000스퀘어 미터 규모의 새로운 터미널 건설과 활주로 확장을 주요 사업 구성으로 하는데, 공사가 완공되면 연간 8백만 명의 인원을 추가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무려 56.1억 페소가 든다는 이 공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전에 준비를 마치겠다는 목표로 꽤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52% 공사가 완료된 상황이다. 클락국제공항공사에서는 공사를 마치는 대로 내년 2020년 중반 정도에 새로운 여객터미널을 개장할 예정이다.

한편, 클락공항의 활용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아예 새로 공항을 짓는 것이었다. 마닐라 근교에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공항을 새로 지으면 마닐라공항 근처의 고질적인 차량정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고, 클락공항 활용보다 신공항의 건설이 더 탁월한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항을 새로 만드는 일은 큰 비용이 드는 데다가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으니 진행이 쉽지 않았다. 마닐라공항을 대신할 신공항 부지로 대체 어디가 최선이란 말인가? 마닐라 국제공항 확장 건설 사업(New Manila International Airport Project)는 장소의 선정부터 상당히 많은 소문이 나돌았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답은 나오기 어려웠다. 이런저런 논의 끝에 불라칸(Bulacan)과 카비테의 상글리 포인트(Sangley Point) 두 지역이 후보지로 올랐지만 신공항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 대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