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레가스피 선데이마켓이 사라진 마카티의 레가스피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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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등록일:
2021년 1월 10일
필리핀에는 분명 나무가 많지만, 대도시 지역은 예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도 녹지공간이 부족한 곳이 필리핀 마닐라이다. 공원이라고 해봐야 리잘파크(Rizal Park)며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Ayala Triangle Gardens), 레가스피 엑티브 공원(Legazpi Active Park) 정도가 있을 뿐이다. 마카티 그린벨트 지역에 가면 초록 공간이 좀 있기는 하지만,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산책로인지라 공원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나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스타벅스니 시애틀 커피와 같은 간판을 옆에 두고 걷는 일이 자연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질 리가 없다. 어쨌든, 마카티나 보니파시오 하이스트릿과 같은 지역이면 모를까, 잠깐 산책을 하고 싶어도 공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쇼핑몰 안에 사람이 넘쳐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산책으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럭저럭 벌써 2년이나 된 일이지만, 2019년 3월 마카티 시티(City of Makati) 지방정부에서는 레가스피 엑티브 공원(Legazpi Active Park)의 일부를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레가스피 엑티브 공원은 2001년도에 조성된 면적 7,500㎡의 공원으로 라다 거리(Rada Street)를 사이에 두고, 워싱턴 시십 파크(Washington SyCip Park)와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원 주변은 회사 사무실과 고급 콘도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임대료가 비싼 동네라서 그런지 상당히 한적한 편이다. 하지만 마카티 시티라고 주차 공간의 부족 문제를 피할 길은 없었다. 시에서는 환경보호자들이 비난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공원 야외 주차장 자리에 높은 주차빌딩을 만들어서 주차장 부족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원의 녹색 나무를 지키는 것이 먼저인가 아니면 주차의 편리함과 세수 확보가 먼저인가라는 질문의 정답은 대답을 하는 사람마다 달라지겠지만, 마카티의 MACEA(Makati Commercial Estates Association)에서는 후자를 중요하게 여겼다.
마카티 MACEA의 결정으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된 것은 레가스피 공원의 야외 주차장 지역을 시장으로 이용했던 레가스피 선데이마켓(Legazpi Sunday Market)이었다. 무려 10년이 넘게 일요일마다 레가스피 공원에서 장을 열었었는데, 갑자기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시장이 열리던 장소가 공사장이 되었으니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선데이마켓을 운영하는 마라의 오가닉 마켓(Mara’s Organic Market)에서는 급하게 대처할만한 공간을 구하기에 나섰지만, 시장이 열만큼 넓은 공간을 빌리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시장이 이제 폐쇄된다거나 마카티를 떠나 보니파시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 끝에 레가스피 선데이마켓은 간신히 그린벨트1 근처 AIM 빌딩 옆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이미 2년 가까이 레가스피 공원에서 시장이 열리지 않지만, 마카티 시민들은 여전히 이 시장을 레가스피 선데이마켓이라고 부르며 유럽식 커다란 호밀빵이며 각종 채소며 과일, 수제 요구르트 따위를 사기 위해 방문한다.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유기농 채소를 사랑하면서, 주차장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도시는 공기가 나쁘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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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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